[사설]도박단속에 임기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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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보통사람들로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규모의 거액 도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내기바둑으로 하룻밤에 수십억원을 잃은 학원원장과 필리핀여행길에 진 도박빚을 갚기 위해 1백50억원을 밀반출한 기업인.연예인 소식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수백억원대의 도박판을 벌여온 10개 도박조직 2백여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일련의 사례들은 규모도 놀랍지만 우리사회 중.상류층의 도박병실태를 생생히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상류층의 도박중독을 입증하듯이 그들을 겨냥한 전문도박조직이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과 그 폐해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의 한 구의원은 1백억원대의 거액을 도박으로 잃고, 전직 은행지점장부부는 전재산을 탕진한뒤 세들 돈조차 없게 되자 자살했다고 한다.

더구나 지방의원과 공무원이 끼어있고, 단속해야할 현직 경찰관들이 오히려 돈을 받고 눈감아주었다고 하니 해이해진 공직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 일부 계층의 일탈과 나사풀린 현상을 드러낸 것으로 지속적인 감시와 단속이 있어야 할 것이다.

도박의 폐해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심심풀이나 한탕주의로 시작한 도박행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이 되고 결국은 인생과 가정을 파탄시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엄청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땀흘려 생계를 꾸려가는 마당에 사회 한쪽에서는 수백억원대의 노름판을 벌이고 있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더 이상 도박으로 인한 사회의 병폐현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에만 전문 모집자를 두고 사람들을 끌어들여 억대도박판을 벌이는 전문조직이 1백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단속이 소홀해지면 독버섯처럼 번지는 것이 도박조직의 생리다. 이 기회에 도박을 뿌리뽑는다는 각오로 단속력을 총동원하기 바란다.

도박단속과 같은 일이 정권의 말기라고 해서 소홀해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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