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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역사적 공연 긍정 평가불구 제작비 충당 못할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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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45면

'명성황후' 뉴욕 공연은 뮤지컬의 본마당에서의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뮤지컬의 수준을 평가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준비과정에서부터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개막공연은 잘 치뤄졌다는 것이 중평이다.

…마침 '명성황후' 의 개막일은 광복절 (현지 시각) 이어서 개막전 1시간 가량 뉴욕 주재 한국총영사관 주최로 극장 로비에서 간단한 경축 리셉션이 있었다.

이날 리셉션에는 박노수 총영사를 비롯, 한국 교민과 각국 외교사절 3백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명성황후' 뉴욕공연의 의의와 광복절의 의미, 두 사건의 연관성을 한번쯤 되새겨보는 총영사의 코멘트와 어떤 '의식' 을 기대했으나 그냥 다과회로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리셉션에서는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도 참가했다.

얼마전 뇌졸중으로 쓰러진후 다소 회복돼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리셉션에 참가한 백씨는 공연후 '명성황후' 에 대한 평을 부탁하자 "동업자가 왈가왈부 할 수 있냐" 며 답변을 피했다.

"매일 운동을 하는등 이제 건강한 편" 이라는 백씨는 오는 11월 지난 50년대 자신이 작곡한 '옛날 이야기' 란 곡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리셉션에는 브로드웨이 무대의상의 대모로 불리는 한국계 의상디자이너 윌라 킴도 자리를 함께 했다.

…뉴욕 현지신문에도 보도된 이번 뮤지컬 '명성황후' 의 총제작비는 2백만달러, 우리 돈으로 18억원이다.

그러나 실제로 제작사 (에이콤)가 이번 공연을 추진하면서 마련한 돈은 문체부지원금 1억원과 삼성에서 준 1억원등 총 2억여원이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제작사는 개막전후 매표소 (박스오피스) 의 티켓판매상황에 따라 그 수익금으로 대관료 (60만달러) 와 오케스트라비용 (13만달러) 등을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생각보다 여의치 않자 자금난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이콤 후원회 (회장 김영환)가 주축이 돼 현지에서 '달러빚' 을 얻어가며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데 그 진풍경은 눈물겨울 정도다.

…이처럼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펼치는 이번 공연을 지켜본 사람들은 치밀한 준비가 없었던 제작사측을 나무라는 분위기. 앞으로 이런 일을 추진할 때는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자금부족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전출연자와 스탭들이 '노개런티' 를 선언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브로드웨이 첫 진출' 이란 명분에 집착하다가 애꿎은 사람들의 희생만 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막판 국내기업에서 돈줄을 찾으려다 실패한 제작사는 이를 문화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부족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먼저 자신의 일처리부터 꼼꼼히 돌아보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이 많다.

… '명성황후' 의 프리뷰 기사는 뉴욕타임스등 현지 언론에 비교적 많이 소개된 편이나 아직 리뷰기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연출자 윤호진씨는 이번주 뉴욕타임스의 문화섹션 리뷰기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만약 호평일 경우 막판 5~6회 정도의 공연은 만원사례를 이룰 수 있다고 보기 때문. 지금까지 1만5천여명의 관람객중 교민이 대부분이어서 현지인들의 환심을 사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뉴욕 =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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