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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연극제 화제작 감상법]'세헤라자데'와 '페트루슈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세헤라자데' 와 '페트루슈카' 는 19세기 낭만발레를 정교한 인형극으로 재현해 낸 작품이다.

각각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교향조곡과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먼저 '세헤라자데' 는 감옥을 무대로 시작하는 10장 구성의 작품이다.

'아라비안나이트' 에서 적당히 이야기를 끌어왔다.

비시르의 딸 세헤라자데를 사이에 놓고 벌이는 두 남자의 사랑싸움을 그리고 있다.

세헤라자데에 대한 자신의 진실된 사랑을 끝내 쟁취하지 못하는 칼렌더의 아픔이 비극적으로 그려진다.

'페트루슈카' 도 남녀간의 러브스토리다.

발레리나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페트루슈카와 이를 질투하는 모로, 그리고 삼각관계에서 사랑의 곡예를 펼치는 발레리나가 있다.

비록 페트루슈카는 질투때문에 모로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죽지 않는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 세상의 등불이 된다는 이야기다.

카를로 콜라 가족 인형극장은 창단된 지 1백년이 넘는 이태리 인형극의 명문이다.

4대에 걸쳐 인형극을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데 현재는 5명의 가족을 포함 20여명의 인형조작 요원으로 짜여져 있다.

지난 82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돼 점차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형극 '크리스토퍼 콜럼부스' 와 '80일간의 세계여행' , 무용극 '신데렐라' 와 '콜롬보' 등이 이 극단의 대표적 레퍼토리다.

밀라노의 제롤라모 극장에서 무려 50년간이나 활동하다 지난 56년 도시계획에 따라 건물이 헐리면서 활동 근거지를 잃은 아픔을 갖고 있다.

이 극단은 환각적인 착시효과와 기하학적인 추상성, 인형조종자의 섬세함과 유연함등 인형극의 모든 조건을 다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자칫 인형극이 간단한 눈속임으로 어린이의 환심을 사려는데 그치고 있지만 이 극단의 기예는 밀라노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놀이와 철학성을 겸비하고 있다.

"그들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나이 지긋한 인형조종자들의 천진난만한 연기와 섬세한 표정속의 우아함등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87년 프랑스 르 몽드지의 공연평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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