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전시회 겸한 '출판 기념회' 문화행사로 자리매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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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출판기념회가 달라지고 있다.

몇몇 지인 (知人) 과 기자들을 불러놓고 책 한권씩 돌리며 다과를 즐기던 종래의 기념회에서 탈피, 색다른 문화 이벤트를 여는 자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6월12일 행위예술가 유도화씨가 신촌 한복판에서 벌인 퍼포먼스. 검은 옷을 차려 입은 유씨가 아스팔트 위에 흰 광목천을 깔고 펼친 이 행사는 미술평론가 김영재씨가 쓴 '귀신먹는 까치호랑이' (들녘刊) 의 출간을 기념한 자리였다.

민화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 이 책을 위해 퍼포먼스 외에도 서대문구창천동 인터갤러리 아트센터에서는 민화를 소재로 한 설치미술과 비디오 작품등이 19일간 전시됐다.

이 행사를 기획한 들녘의 장익순 실장은 "책이라는 2차원적 매체를 행위예술.멀티미디어를 이용해 3차원의 공간으로 끌어낸 시도였다" 고 말했다.

지난 9일 있었던 시인 김재진씨의 우화 '어느 시인 이야기' (맑은소리刊) 의 출판기념회. 아예 조그만 콘서트홀을 빌려 놓고 테너 엄정행씨, 서울시향 악장 김영준씨 등이 모여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방송국 프로듀서 출신인 작가 김씨와 이래저래 연을 맺었던 유명 음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중견화가 박항률씨가 대학시절부터 써온 명상시를 묶은 '그리울 때 너를 그린다' (효형刊) 는 박씨가 시상과 어울리는 삽화를 직접 그린 책. 그는 이 책을 위해 그린 크로키 40여점을 출간과 함께 선보이는 전시회를 인사동 추제화랑에서 지난 7월 중순 열었다.

모두가 책을 매개로 미술.음악 등 다양한 예술형식을 공유하며 책과 출판사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시도들이다.

이밖에 책 내용을 행사의 일부로 끌어내는 경우도 있다.

민속학자 주강현씨가 '주강현의 우리 문화기행' (해냄刊) 을 펴내며 배경이 된 서해안 태안반도로 독자와 함께 답사여행을 떠났다.

해안지역의 당숲.풍어제 등 잊혀져가는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고자 하는 책의 주제에 맞춰 하루 여행길을 나선 것. 독특한 편집과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던 '역사신문' (사계절刊) 은 전6권 완간을 기념해 '역사 뉴스 방송제' 라는 이벤트를 마련해 눈길을 모았다.

대담.인터뷰.사설 등 신문체제를 이용해 새로운 역사 시각을 제공했던 이 책의 취지를 살려 조선 개국 상황을 개국 즉위식부터 개국에 따른 각계각층의 인터뷰, 개국에 대한 해설까지 TV뉴스처럼 꾸몄다.

앞으로도 더욱 다채로워질 이같은 출판기념회들은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통해 책과 저자를 독자들과 더욱 가깝게 해주는 동시에 책을 문화 생산품의 중심으로 이끌어내보려는 시도로 풀이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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