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超低체온법 수술 각광…체온 낮춰 신진대사 감소시켜 세포손상 거의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초저체온법을 이용한 첨단수술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잇따라 성공, 난치성 혈관질환 정복을 앞당기고 있다.

정상적인 인간의 체온은 36.5도. 기존 저체온법이 18도 가량으로 체온을 떨어뜨리는데 비해 초저체온법은 10도까지 냉각시킨다.

체온은 정맥에서 나온 피를 체외순환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냉각시켜 동맥으로 들어가게 함으로써 낮출 수 있다.

이처럼 체온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혈액이 흐르고 있어 정상적인 방법으론 접근이 불가능한 심장과 대동맥.뇌혈관 질환을 직접 수술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체온이 떨어지면 신진대사가 감소해 혈류공급을 중단한 채 수술을 해도 세포가 죽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원리. 초저체온법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저체온법에 비해 혈류공급중단 최대허용시간을 40분대에서 90분대까지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온 저하시 혈소판.혈액응고인자 감소로 출혈이 심해져 단시간내에 수술을 끝내지 않으면 각종 장기의 손상이 치명적일 것이라는 우려는 혈소판.혈액응고인자를 다시 공급해 줌으로써 극복됐다.

최근 초저체온법을 이용한 수술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질병별로 알아본다.

◇ 대동맥박리〓우리 몸의 혈관중 가장 굵은 대동맥 벽이 갈라져 사망하는 초응급질환. 유전적 소인이나 혈관기형.고혈압.동맥경화증이 있을 때 주로 발생한다.

증상은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극심한 복통. 진단이 내려지면 바로 응급수술에 들어가야한다.

1시간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10%씩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을만큼 위중한 질환이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흉부외과 송명근교수팀은 최근 초저체온 수술법으로 지금까지 62명의 대동맥박리 환자들을 치료해 60명을 완치, 97%의 높은 수술성공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성공률은 대동맥박리 수술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미국 베일러대병원팀의 저체온법 수술성공률 88%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 뇌동맥류〓뇌동맥류란 뇌혈관이 비정상적으로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 수술을 하지않고 내버려두면 혈관의 압력으로 터져 사망하게 된다.

초저체온법을 이용한 수술이 특히 필요한 경우는 수술하기 매우 어려운 뇌의 중심동맥 부위에 거대동맥류가 생겼을 때. 서울강남병원 신경외과 황충진원장은 최근 미국등 선진국에서도 시행건수가 40례 미만일 정도로 수술이 어려운 뇌기저동맥의 거대동맥류 환자 5명을 초저체온법에 의한 수술로 완치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黃원장은 15도까지 체온을 떨어뜨린뒤 15분만에 수술을 끝냄으로써 혈류중단으로 초래될 수 있는 수술후 뇌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혈관전이 신장암〓지금까지 암세포가 대정맥과 심장에까지 전이된 말기 신장암은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 그러나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이상은교수와 흉부외과 안혁교수는 최근 공동으로 대정맥과 심장으로 전이된 말기 신장암환자 이모씨를 수술하는데 성공했다.

李교수팀이 적용한 방법은 환자의 체온을 11도까지 떨어뜨린뒤 대정맥과 심장내 종양덩어리를 제거하는 초저체온수술법으로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심장박동을 멈춘 시간은 모두 55분. 수술후 뇌손상을 줄이기 위해 李교수팀이 채택한 노하우는 수술 도중 정맥을 통해 거꾸로 뇌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역행성 뇌관류법을 5회 시행하는 것이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며 환자는 암세포 종양혈전에 의한 합병증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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