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상품 실태와 내면 보기 "촌스런게 편안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일본에선 최근 '해파리' 란 타이틀의 비디오가 많이 팔린다.

원래는 해파리의 생태연구자료로 만들어진 비디오다.

그런데 이것이 직장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유는 하나. 그들은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는 해파리의 모습에서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을 간접적으로 맛보았던 것이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향수나 방향제, 꼭 껴안을 수 있는 베개등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최근의 미소년 붐도 비슷한 성격이다.

그 선두주자는 SMAP (한국의 댄스그룹 H.O.T와 비슷한 성격의 5인조 소년가수그룹) 의 기무라 다쿠야다.

'기무다쿠 신드롬' 이란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최근 립스틱 광고의 메인 이미지 캐릭터로 출연했는데 이 제품은 처음 두 달동안 3백12만개나 팔렸다.

또한 그가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롱 버케이션' 은 일본 드라마 사상 최고인 28.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30대 여성 팬클럽이 등장하고 어머니와 딸이 함께 참여하는 팬클럽까지 생겼다.

그러나 올들어 이변이 벌어졌다.

SMAP의 다섯 멤버중 인기 랭킹 1.2위인 기무라 다쿠야와 가토리 신고, 그리고 인기도 외모도 가장 떨어진다는 구사나기 쓰요시가 각각 출연한 3편의 드라마가 4월에 동시 방영됐다.

결과는 예측과 정반대였다.

가토리 신고의 드라마는 참패했고 구사나기의 드라마가 기무라의 출연작보다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구사나기 주연의 '착한 사람' 은 한 청년이 회사의 음모에 의해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관리직 여성들을 도와 싸운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드라마 속에서 구사나기는 순수함을 지닌 청년역을 맡아 연기했다.

북해도 깡촌에서 자란 순박함이 그에겐 있었다.

이런 이미지가 '힐링' 으로 작용을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이변은 몇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미남 퇴조, 추남 부상' 의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미남 = 여성에게 상처를 주는 자' 란 등식이 굳어져가는 일본에서 더 이상 미남을 동원해 여성의 마음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아예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규정될 정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