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신문] 외국 신문 산업 흐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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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계 신문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계신문협회(WAN)는 최근 208개국의 신문 현황을 조사한 '2004 세계 신문 추세'보고서를 발표했다. 신문업계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가장 권위있는 자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회복으로 광고 매출액은 소폭 성장했으나, 독자 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나라와 모든 신문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건 아니었다. 급격하게 독자수를 잃고 있는 나라와 신문사가 있는 반면 오히려 덩치를 크게 불려가는 신문이 있다.

◇잘 사는 나라가 신문 많이 봐=이번 조사에선 잘 살고 문화적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신문을 많이 본다는 속설이 입증됐다. 인구 1000명당 신문 구독자 수를 살펴보면 아이슬란드가 705.9명로 가장 높았고, 노르웨이(684), 일본(646.9), 스웨덴(590), 핀란드(524)가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쿠바(66.7), 브라질(52.3), 인도네시아(28.5) 등은 하위권이었으며, 탄자니아가 3명으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이번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를 추산할 때 200명이 채 안되는 수준이다.

한편 지난해 세계에서 독자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는 아일랜드와 덴마크, 가장 줄어든 나라는 크로아티아와 터키였다. 아일랜드는 경제 성장과 함께 실업자수가 줄면서 독자층이 두꺼워졌다. 일요판의 경우 독자수가 12%(3만8000부)나 늘었다. 특히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문을 잘 읽지 않았던 여성들이 신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 나라에선 여성들의 90%가 신문을 읽고 있다.

하지만 터키의 경우 독자수가 15% 이상 떨어졌다. 몇년 전부터 과다 경품 제공 등 출혈경쟁으로 신문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핀란드의 교훈=핀란드는 세계 제일의 '읽기' 문화가 발전한 나라다. 전문가들은 핀란드가 1990년대 경제불황과 사회혼란을 극복하고 유럽 최고 수준으로 삶의 질을 높인 것에 이런 '독서 권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핀란드의 신문구독률은 인구 1000명당 524명으로 세계 5위. 전체 인구의 87%가 일간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핀란드 신문업계는 이렇게 신문 산업이 발전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을 복합 경영과 마케팅 방식에서 찾고 있다. 전문 마케팅 회사의 발달 또한 하나의 요인이다. 한 예로 캐르키미디어와 패이칼리스메디에라는 마케팅 전문회사는 각각 30개와 150개 일간신문의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물론 각 신문사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대판(기존 판형)에서 콤팩트판(타블로이드)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디자인 혁신 등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자신이 구독하는 신문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가 88%를 넘어설 정도다. 신문.방송.인터넷 중 신문에 대한 신뢰도가 월등히 높다.

신문산업에 대해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규제나 통제는 상상하기 어렵다. 여러 신문을 경영하는 것뿐 아니라,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막는 어떤 법도 없다. 신문이 정도를 걷도록 지켜보면서 경영이 어려운 신문에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나아가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신문을 읽도록 '신문활용교육(NIE)'운동을 활발히 북돋우고 있다. 심지어 독서를 하지 않아 이해력이 낮은 사람을 사회장애인으로 인식할 정도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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