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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청준 산문집 '아름다운 흉터'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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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소설가 이청준(65)씨는 지난해 문학인생을 일단락짓는 25권짜리 '이청준 문학전집'(열림원)을 펴냈다. 같은 출판사에서 이번에 출간한 산문집 '아름다운 흉터'는 전집에서는 빠졌던 이씨의 산문들을 결산하는 자리다. 1978년 '작가의 작은 손', 2001년 '야윈 젖가슴' 등 이전 산문집들에서 이씨의 표현대로라면 "글의 숨결이 살아 있는 쓸 만한 것들"을 뽑은 데다, 최근 쓴 산문들을 보탠 것이다.

분량이 많아 유년과 고향 마을에 얽힌 것들은 이번 산문집에 모았고, 좀더 문학적인 내용을 담은 것들은 다음주에 출간되는 '이청준의 인생'에 묶었다.

산문집에서 밝힌 가족사.성장 과정.고향 이야기 등은 이씨의 문학적 뿌리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우선 이씨는 여섯살 무렵부터 2년새 아우와 맏형, 아버지를 차례로 잃는다. 누나의 출가까지 겹쳐 여덟명의 가족은 네 식구로 줄어든다. 또 한국전쟁 때 이씨의 외가는 반동으로 몰려 멸문을 간신히 면하는 화를 입는다. 당시 이씨는 10대 초반이었다.

맏형이 남긴 소설책과 독후감 노트는 이씨를 문학으로 이끌었다. 이씨는 맏형의 꿈과 소망, 슬픔을 대신해 살기로 다짐한다.

이씨의 어머니가 감내해야 했을 슬픔과 수고는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씨는 '꽃처녀 시절로 돌아간 어머니'에서 "어머니의 정한은 내 삶과 문학의 숨은 씨앗, 발아와 생장력의 원천이 되었다"고 밝힌다.

'궁핍스러운 시대의 동화'는 70년대 중반 이후 자취를 감춘 엉터리 약장수들을 익살스럽게 그리고 있다. 이씨는 한국전쟁 전후 다이아진 약제가 가벼운 상처부터 폐렴.설사.임질 등에 이르기까지 만병특효로 위세를 떨쳤다며 '특효약'의 계보를 소개한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에게는 약장사판이 가성과 우스꽝스러운 모습 속에 어떤 사람들이 감춰졌는지 알 수 없던 동화의 세계였다"고 회고한다. 어른들에겐? "오고 떠나는 기약 없는 떠돌이들의 행로에서 가파른 삶의 질곡을 벗어나고 싶은 자신들의 고달픈 꿈을 대신 위로받았을지도 모른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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