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후보지 발표] 수도권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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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사실상의 천도(遷都)"라고 반발하면서도 "중앙정부의 일에 지방정부가 개입하기 쉽지 않다"며 정면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이명박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지배세력 교체라는 엄청난 표현까지 동원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일단 맞붙으면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하고 덤벼야 할 간단치 않은 싸움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 시장 측근은 "이 시장이 서울시장으로서 충청권을 의식해 일부러 피해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서울의 집값 하락 등 수도 이전에 따른 부작용이 표면화되는 순간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일단 한나라당 당론이 정리되는 것을 지켜본 뒤 수도권 지자체들과 연대해 정면 승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국민연대 측이 시민 청구인단을 모아 7월 15일까지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지원사격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보다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의회는 19일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의에서 수도 이전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고, 29일에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만~3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당초 밝혔던 것처럼 몇몇 행정기관의 이전이 아니라 헌법기관을 포함한 정치 행정의 중심까지 이동하는 수도 이전"이라고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주한미군의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국방비 등 안보 비용을 급격히 늘려야 하는 상황인 데다 침체에 빠진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수도 이전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신행정수도 건설이 꼭 필요할 경우에도 국민의 합의를 구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현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후보지 선정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전을 반기지 않는 시민정서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 중앙정부의 협조를 많이 받아야 하는 인천으로선 드러내 놓고 반대할 입장이 못 된다"면서 "시민들의 반대 분위기를 모른 척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도 이전 반대 국민연대'(대표 최상철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5일 지금까지 교수 등 전문가 집단 위주로 운영해왔던 수도 이전 반대 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최 대표는 이날 새 수도 후보지 네 곳이 선정된 직후 "서울시의회에 이어 경기도의회도 수도 이전에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앞으로 이들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해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며 "서울시의회에서 반대 집회를 개최할 경우 국민연대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대는 그동안 전문가 집단 위주였던 운영체제를 범국민운동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해 최근 단체 명칭을 '수도 이전 반대 국민포럼'에서 '수도 이전 반대 국민연대'로 바꿨다.

한편 국민연대는 지난 4월 17일 발효돼 7월 16일이 헌법소원 제출 만료일(90일 내)인 점을 감안, 이석연 변호사 등 법률 대리인단이 행정수도 이전의 근거 법률인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을 조만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호.정찬민.정영진.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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