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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만화출판계 청소년法발표·음란물 수사로 매출 급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늦여름 만화출판계에 비상이 걸렸다.

제작.유통.판매 모두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달 발효된 청소년보호법에 이어 최근 사정 (司正) 당국의 '폭력.음란물' 수사가 겹치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만화출판계가 맞은 시련은 우선 판매부진. 성인.아동물 합해 한달 평균 1백억원 규모의 만화단행본 매출이 지난달엔 30억~40억원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화총판 (總販) 과 일선 소매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네서점들은 최근 만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예전 책들도 서둘러 반품하고 있다.

서울강서구등촌동 양화서점 현승호 사장은 "지난 달부터 단속이 강해져 조금이라도 내용에 의심이 가는 책은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판매.대여가 금지된 책들이 적발되면 최고 2천만원의 벌금,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청소년보호법 때문에 매출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 대형서점도 예외는 아니다.

만화가 이현세씨가 '천국의 신화' 로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이후 교보문고.영풍문고등 서울시내 대형서점들은 문제된 책들을 모두 거둬들였다.

결과적으로 대형서점에서는 학습.교양물을 제외한 다른 만화들은 눈을 씻고도 찾기 힘들게 됐다.

평소 1백여종을 취급했던 종로서적의 경우 요즘 판매되는 만화는 20여종이 채 안된다.

이같은 사태 속에서 만화인들은 한결같이 정부의 무원칙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만화출판협회 최순식 사무국장은 "한편에선 세계만화페스티벌을 열면서 다른 한편에선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이율배반" 이라며 "작가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으면 청소년 탈선의 온상으로 지적되는 일본만화에 우리 만화가 완전히 점령당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표면에 드러난 만화출판계보다 음란.폭력만화 무단복제 시장에 대한 단속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현세씨 수사와 스포츠신문 연재만화가들의 불구속 기소로 시작된 만화계 사태는 작가들의 절필선언과 관련단체들의 연대항의, 그리고 3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협의회 등의 지지성명등이 맞서면서 장기화할 조짐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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