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알타이공화국의 야망 "시베리아의 스위스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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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타이 공화국 서북부의 해발 2000m에 위치한 노비푸티 농장에서 마랄 사슴이 방목되고 있다. [알타이=유철종 특파원]

알타이로 가는 길은 멀었다. 모스크바에서 비행기와 자동차를 각각 네시간씩 타고 나서야 비로소 수도 고르노알타이스크에 도착했다. 러시아연방 알타이 자치공화국은 알타이산맥 북서쪽에서 시베리아로 이어지는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몽골.중국.카자흐스탄과 접경한 이 산악 공화국은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 고산 유적 관광산업化

◇낯익은 얼굴들=알타이 자치공화국은 러시아인들이 주민의 다수(60%)를 이룬다. 하지만 토박이 알타이인도 상당수(31%) 산다. 둥근 얼굴에 가로로 긴 눈, 광대뼈가 나온 알타이인은 한국인과 너무도 흡사하다. 마을 어귀마다 나뭇가지에 흰색.분홍색.남색 헝겊조각을 어지럽게 매달아 놓았다. 우리의 서낭당과 다를 게 없었다. 고개를 넘기 전엔 냇가에서 손발을 씻은 뒤 간단한 음식과 술로 제(祭)를 지낸다. 야외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먼저 물.불.나무.하늘을 향해 각각 두번씩 술을 부었다. 우리의 고수레를 연상시켰다.

◇무공해 지역의 사슴=이곳은 가도 가도 녹색의 숲과 구릉, 강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풍광만 이어질 뿐 인적이 드물다. 남한과 비슷한 9만2000여㎢의 면적에 인구는 고작 20만5000명이다. 알타이산맥에서 시베리아로 흘러가는 카툰강에는 해발 4500m 고산지대의 눈과 얼음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6월인데도 발을 담그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가웠다.

*** 녹용 등 건강상품 수출국

이런 무공해 지대에서 주민들은 마랄이라고 부르는 사슴을 사육하고 있었다. 알타이 남서부 세발리노 지역에 있는 노비푸티(새로운 길) 사슴농장의 주인 알렉세이 토도세프는 "마랄은 해발 700~2500m의 고산지대에서 30여종의 야생풀과 희귀 약초들을 먹고 자란다"고 말했다.

알타이 전역에 자리잡은 수백개의 농장에서 3만여마리의 사슴이 사육된다. 5~8월에 뿔을 잘라 녹용으로 가공하며 매년 30여t씩 수출한다. 그중 90% 이상이 한국으로 간다. 녹용은 알타이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래서 알타이는 사슴공화국으로도 불린다. 알타이에서 셋째로 큰 4만㏊의 대형 농장에서 3000여마리의 마랄을 키우는 토도세프는 연간 2t의 녹용을 생산해 수십만달러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시베리아의 스위스가 꿈"=고르노알타이스크의 정부 청사에서 만난 알타이 공화국의 미하일 라프신(70)대통령은 경제 개발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 러시아 농업당 당수였던 그는 "각종 청정산업을 육성해 알타이를 시베리아의 스위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한국의 개발 참여 희망"

빼어난 자연 경관과 고고학 유적 등을 결합해 관광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희귀 약초, 특수성분을 함유한 약수.야생꿀 등을 이용한 건강상품 생산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라프신 대통령은 "알타이인과 뿌리가 같다는 한국인들이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한다"며 "한국 투자자들에겐 지방세 면제 등의 혜택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르노알타이스크=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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