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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토끼의 여유가 부른 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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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8보 (133~151)]
白.金主鎬 4단 黑.安達勳 5단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는 바둑판에서도 자주 벌어진다. 멀찍이 앞서갔던 김주호, 그러나 잠깐 방심해 낮잠 한숨 즐기다 보니 상대가 막 앞질러 가려는 것 아닌가. 별것 아니라고 여겼던 상변과 중앙이 거무칙칙하게 커지는 것을 보며 김 4단은 화들짝 놀랐다.

안달훈은 더욱 힘을 낸다. 백?에는 '참고도1'처럼 중앙집을 짓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것은 12까지 진행돼 의외로 미세하다. 덤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과감하게 방향을 수정해 133으로 밀고나와 135로 끊는다. 칼을 품은 수다. 흑의 오랜 염원이었던 중앙 집이 깨져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에 승부를 걸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고 보고 있다.

중앙 집에만 신경쓰던 김 4단이 다시한번 놀란 것은 151 때다. 문득 돌아보니 쉽게 생각했던 백의 퇴로가 의외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김4단은 식은땀을 흘리며 장고에 빠져든다.

'참고도2' 백1로 이으면 선수로 집을 깰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것. 백5로 두면 연결되는 것 같지만 흑1로 가만히 뻗는 수로 A나 B 어느 쪽이든 끊어지고 만다. 김 4단은 30분이 지났는데도 다음 수를 두지 못하고 시름에 잠겨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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