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본 챙기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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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마마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초청하는 첫 외국 정상으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를 선택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해외 첫 방문지로 일본을 골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말기 때는 소홀히 다뤘던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클린턴 장관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일본의 나카소네 히로부미(中曾根弘文) 외상은 “워싱턴이 우리를 중시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통적으로 유럽과 중동을 더 중시하는 인상을 줬던 미국이 일본을 우대하는 모습을 보인 데엔 이유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위기 극복과 아프가니스탄 안정 등 당면한 핵심 외교 과제를 푸는 데 무엇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일본의 협력이 긴요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가 백악관의 첫째 손님으로 아소 총리를 초대한 건 세계 1, 2위의 경제대국이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데 합심할 것이라는 걸 보여줄 목적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아소 회담은 4월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릴 G20(주요 7개국+한국 등 13개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 사정에 밝은 전직 미국 외교관은 “미국의 일본 중시는 경제뿐 아니라 아프간 문제 해결이 시급하기 때문”이라며 “이라크보다 아프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현지 상황을 호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일본을 꼽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간으로 들어가는 미국 물자의 수송 루트가 파키스탄이었으나 무능한 파키스탄 정부는 그 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은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통해 아프간으로 진입하는 새 길을 개척하고 있는데 중앙아시아와 가장 가까운 나라는 일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자원 확보 및 중국에 대한 견제를 목적으로 ‘중앙아시아와 일본과의 대화’를 진행해 오면서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한 만큼 미국이 일본의 협조를 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일본 무시(Japan passing)’를 경험한 일본도 오바마 행정부와는 좋은 관계를 맺는 걸 원하고 있다”며 “일본은 아프간 재건을 돕는 데 쓰일 예산을 이미 편성했으며, 재건 지원 병력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키나와 주둔 미군 해병대 병력 5만 명 중 8000명과 그 가족 9000명이 괌으로 재배치되는 데 드는 경비의 대부분을 일본이 부담하기로 했다”며 “그런 일본을 미국이 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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