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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경영 대기업 家門 여인들 미술수업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대기업 안주인이나 딸, 며느리들의 미술수업은 우선 일차적으로 공사립 미술관에서 설립한 미술 아카데미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이곳의 역할은 일반적인 미술사 지식의 제공에 그친다.

미술관 수준과 실력이 미술의 현장인 미술시장에서 나타나듯이 이들도 미술시장을 통해 실전 지식을 쌓는다.

어떤 미술평론가나 작가보다 뛰어난 안목을 가졌다는 평을 듣는 호암미술관의 홍라희 관장 역시 컬렉션을 통해 미술수업을 한 대표적인 예다.

홍관장은 결혼 직후부터 고 (故)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미술수업을 받았다는 것. 하루 10만원 한도 내에서 작품을 직접 골라 사보라는 시아버지의 숙제를 풀면서 꾸준히 작품 보는 눈을 키웠다는 것이다.

구매가 곧 공부이니 자연히 이들의 화랑 접촉은 잦은 편이다.

최근에는 소더비즈를 비롯한 국제적인 경매회사나 외국화랑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일도 있으나 상당 부분은 국내 화랑들이 이들의 실전 파트너다.

실전을 통해 이들이 미술의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과는 달리 화랑으로서는 그러한 접촉빈도에 따라 화랑의 부침이 좌우되는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또 이들의 취향은 미술시장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얼마전 국내 미술시장의 큰 흐름처럼 보였던 미니멀리즘의 유행 역시 이런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미니멀니즘은 군더더기가 없는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유행이 지난 미술사조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때 국내의 큰 화랑들이 앞다투어 미국의 미니멀니즘을 다룬 것은 국내 유수 컬렉터의 하나인 어느 미술관 영향 때문이었다는 것이 화랑가에서는 공통된 목소리다.

또 지금은 아트 컨설팅업으로 전환했지만 90년대초 갑작스럽게 부상해 눈길을 끌었던 갤러리서미의 활동도 미니멀리즘계열의 작품취급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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