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페이스 오프' 존 우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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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존 트래볼타, 니컬러스 케이지 등 최고의 할리우드 배우들을 등장시켜 화려한 액션영화 '페이스 오프' 를 만든 우위썬 (吳宇森) 감독은 이제 존 우라는 영어이름으로 명실상부한 A급 액션 감독으로 올라섰다.

'페이스 오프' 가 9일 한국에서 개봉됨에 따라 방한한 우 감독은 이 영화가 미국에서 이미 1억달러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리고 있고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에 적잖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이러한 성공에 대해 "종래의 미국식 액션과 달리 액션에 가미한 드라마적인 요소와 감성에 호소하는 휴머니즘등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 고 자체 분석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줄곧 폭력 액션영화를 만들어온 대해 그는 "범죄와 폭력이 들끓는 홍콩의 빈민가에서 자라면서 최악의 폭력을 직접 목도했었다." 며 "지옥같은 마을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항상 꿈꿔와 늘 선이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 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 오프' 에서 최고 주가의 두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할수 있었던 데에는 존 트래볼타가 진지함과 경박함의 두 성격과 선악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었던 데 착안했고 니컬러스 케이지는 '첩혈쌍웅' 을 보고 그가 이미 우 감독과 저우룬파 (周潤發) 의 팬이어서 쉽게 계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 감독에 따르면 그의 액션 영화는 '와일드 번치' 의 셈 페킨파, 알랭 들롱 주연의 필름누아르들로 유명한 장 피에르 멜빌, '외팔이' 의 장철 등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는 여기서 각각 화면을 꽉 채우는 총격 액션, 비정한 폭력계의 세계, 비현실적이라도 통쾌한 무술 액션등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70년대 한국.홍콩 합작 영화를 만드는 데 깊이 관여해 1년이상 한국에 머무른 적도 있었다는 우 감독은 당시 홍콩에서도 널리 알려진 정창화 감독으로부터 실감나는 액션 연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그는 " '페이스 오프' 에서 확인할 수 있듯 대부분의 액션 아이디어는 직접 개발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영화에 대해 "강수연 주연의 '아제아제 바라아제' 를 보고 감명받았다" 고 말했는데 이 영화의 감독 (임권택) 이 정창화 감독으로부터 배워 최고 액션 흥행작인 '장군의 아들' 을 만들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놀라운 발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며 "영화에 있어서도 재능있는 새 작가들이 대거 등장할까 봐 두렵다" 고 말했다.

그는 홍콩반환으로 예상되는 홍콩영화계의 변화와 관련, "이미 영화인들이 많이 떠났고 예전의 자유로운 작업환경과 같을 수는 없겠으나 곧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이라며 "새로운 작가들이나 아이디어들이 나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할리우드에서의 경험이 영화제작에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해주는 행운이었다고 말하고 평소 흠모해온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만나고 샘 레이미 감독과 깊은 교분을 나눴으며, 쿠엔틴 타란티노의 경우는 자기의 시나리오와 주연으로 새 영화를 연출해달라고 제의해왔다고 말했다.

우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저우룬파 주연의 '왕의 몸값 (King's Ransom)' 을 제작할 예정이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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