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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녹색이 돈 되는 시대 ‘그린비즈니스’ 공격적 투자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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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금 실리콘밸리는 녹색의 물결로 뒤덮이고 있다. 닷컴 신화를 창조했던 벤처캐피털과 기업들이 이제는 닷컴이 아니라 녹색산업에 앞다투어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도 지열 에너지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린 비즈니스가 새로운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녹색시장을 향한 그린러시(Green Rush)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네덜란드 에컨선그룹은 심층수를 이용한 호텔 냉방 시스템으로 연 100%에 가까운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역시 ‘에코매지네이션’이라는 녹색슬로건 아래 지난해 그린 비즈니스로만 14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의 말처럼 녹색이 돈이 되는(Green is green) 시대가 온 것이다.

세계 각국도 그린 비즈니스를 지금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대표주자로 삼고 있다. 새로 출범한 미국 오바마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해 총 5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는 2020년까지 4000억 유로를 투입해 친환경에너지 산업을 육성할 예정이며, 중국 또한 2010년까지 녹색산업에 3500억 위안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해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선포한 이래 우리도 본격적인 녹색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숨가쁘게 열심히 달려왔다. 녹색신산업 육성과 주력 산업의 녹색전환을 위해 ‘그린 에너지산업 발전전략’과 ’녹색성장 산업발전전략‘을 수립했고, 올해 들어서도 ‘녹색뉴딜 정책’과 ‘그린 IT 전략’을 발표했다. 얼마 전 확정된 17개 신성장동력 중에서도 6개가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기술 사업이다. 이제 그린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큰 틀은 거의 마련되었고,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이 치열한 ‘그린 레이스’에서 살아남아 다시 도약하느냐 아니면 세계경제의 변방으로 전락하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기업,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 모두가 비전을 공유하고 동참할 때만이 ‘녹색의 기적’을 일굴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달 13일 한국그린비즈니스IT협회가 발족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산·학·언·연 100여 개 기관이 함께 뜻을 모은 만큼 우리 녹색산업의 발전이 더욱 가속될 것으로 믿는다. 특히 녹색레이스의 주체인 기업들의 보다 도전적인 자세와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지금의 경제위기에 움츠려 들지 말고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때,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은 우리 경제의 희망이다. 그린 비즈니스를 새로운 열쇠로 삼아 글로벌 경제에서 왜소해진 우리의 입지를 넓히고 선진국 진입의 문을 활짝 열어가야 한다. 다시 뛰는 대한민국, 그 중심에 그린 비즈니스가 있다.

임채민 지식경제부1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