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새 범행 왜 실토했을까…계산된 자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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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살인 사실을 왜 순순히 털어놓았을까. 연쇄살인범 강호순(39)의 자백 동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강호순이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백했다"고 말하지만 그것으로는 아무런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6년 9월 7일 강호순이 강원도 정선에서 군청 여직원 윤모(당시 23세) 씨를 납치해 살해했다는 사실은 전적으로 그의 자백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윤씨 사건에 대해 강에게 추궁한 적도 없고 추가로 발견된 물증도 없다"고 했다. "강이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백했고 그의 자백이 윤씨 실종사건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강은 지금까지 조사에서 다른 살인에 대해 결정적 물증이 드러날 때까지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강은 군포 여대생 A씨 살해 혐의를 부인하다 자신이 제시한 알리바이가 무너지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꺼낼 때 CCTV에 잡힌 뭉툭한 손가락이 자신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자 범행을 실토했다.

다른 6건의 범행도 점퍼의 혈흔을 분석한 결과 DNA가 실종 여성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선 사건은 강이 전혀 추궁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이 저질렀다고 순순히 터놓은 것이다. 강에게 뭔가 꿍꿍이 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강이 보험금 4억8천만원을 타낸 2005년 10월 장모 집 화재에 대해 여전히 방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은 기소가 가까워오자 방화에 대한 수사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추측된다. 즉 부인과 장모가 숨진 화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고 새로운 범행의 자백을 결심한 것일 수 있다.

강호순이 줄곧 2006년 12월 이전에는 범행을 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해온 것도 결국 장모 집 방화의 의심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검찰은 분석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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