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 진료 의료진 '행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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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추기경을 진료해 행복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곁에서 돌봤던 의료진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강남성모병원은 17일 김 추기경의 진료에 참여해 온 의료진을 한데 모아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 추기경의 주치의를 맡았던 소화기내과 정인식 교수와 황태곤 병원장, 호흡기내과 김영균 교수, 외과 이명덕 교수, 안과 주천기·이강우 교수, 홍현자 수녀, 김진경 수간호사 등이 참석했다.

소화기내과 정인식 교수는 "김 추기경이 변비 증상으로 지난해 9월 11일 입원해 진료하게 됐다"며 "당시 혈당이 오르고 피곤하면서 쇠약한 증세가 있었지만, 당뇨를 앓은 지 얼마나 되는지는 단정을 짓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내분비내과 이강우 교수는 "혈당이 약간 높긴 했지만 당뇨로 진단될 정도는 아니었고 다른 치료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김 추기경과의 독특한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1973년 대중연설 당시 김 추기경이 신장 결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에 진통제를 준비해 놓으라고 하면서 연설을 마친 기억이 있다"면서 "이후 김 추기경이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노환은 진단명이 아니지 않으냐'며 '내가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진단명 하나만 붙여달라'고 했던 농담이 생각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추기경이 우연히 어머님을 말씀하시다 하늘을 한참 보고 계신 걸 보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라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7년여 전부터 김 추기경의 류머티즘 관절염을 치료했던 김호연 교수는 "추기경께서는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양쪽 손에 심한 염증이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휠체어를 타고 외래로 오셨다가 약의 반응이 좋아지면 걸어 다니면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마지막 입원 때부터 진료에 참여한 외과 이명덕 교수는 "추기경께서는 장운동에 어려움이 있어 일단 드시고 나면 배설하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서 "그래서 점차 드시는 양이 줄고, 나머지 열량을 주사로 보충했다"고 전했다.

김진경 수간호사는 "많이 씹어 드시지는 못했고 고기 국물이나 수프 같은 마실 수 있는 음식을 드셨다"며 "식사시간을 길게 잡기는 하셨지만 드시는 동안에는 필요한 만큼 천천히 드셨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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