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친구 빨리 사귀려면 “친근하게 말 걸고 칭찬하면 금세 친해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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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친구와 만났을 때 TV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 또래의 관심거리에 대해 얘기하면 빨리 친해질 수 있다. [중앙포토]

‘새 학년에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지’.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자녀의 친구 사귀기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전문가들은 “친구 사귀기는 사회성 함양의 시작인 만큼 중요하다”며 “상황에 따른 대화법을 잘 알면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꽃보다 남자’ 재밌지?” 말문 터

주부 김진영(38·서울 중랑구)씨에겐 지난해 초등 1학년 딸아이 때문에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는 입학 초에 몇 달 간 친구를 사귀지 못해 학교 가기를 싫어했다. 김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네가 먼저 친구에게 말을 걸어보지 그랬니?”라고 물었다. 아이가 자신없이 대답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새 학년에 친구들을 처음 만나면 먼저 말을 붙이지 못하고 혼자 멀뚱히 앉아 있는 아이들이 있다. 박신식(서울 천일초) 교사도 “모르는 친구와 처음 만나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어제 본 TV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때 필요한 건 용기와 자신감. 먼저 “너 이름이 뭐야?” “어느 동네에 살아?”하고 말을 건넨다. ‘어색해, 불편해’라고 위축되기보다 ‘다른 친구들도 나처럼 이런 기분일 거야’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짝이 생기면 인터뷰 게임을 해보면 좋다. “형제가 몇 명이야?” “동생은 어떻게 생겼니?” “어떤 음식을 좋아해?” 등 친구를 알 수 있는 이런저런 질문을 주고받는다. 박 교사는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알고 나면 금세 서먹하던 분위기가 없어진다”며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호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고 정확하게

친구들과 처음 만났을 때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고 정확하게 말한다.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박사는 “친구들에게 자기를 소개할 때는 다른 친구보다 잘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꺼내라”고 충고했다. 예컨대 프라모델 만들기나 도마뱀 키우기 등 특이한 취미에 대해 얘기하면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가운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자신의 단점을 솔직히 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간다고 느껴져 상대방도 쉽게 경계를 푼다.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알아야 한다. 『똑똑한 어린이 대화법』의 저자 김태광씨는 “친구와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그 친구의 꿈이나 취미 등을 알아두라”며 “사전 정보가 있으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너 축구선수 중 누가 제일 좋니?”라고 물으며 대화를 만들어 간다. 친구와 꿈이나 좋아하는 게 같다면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

친구에게 관심을 갖다 보면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 칭찬해 준다. “너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발표를 잘 해 부러워” 등의 칭찬을 한다. 김씨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자리에서 칭찬을 구체적으로 길게 하면 더 친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대방 친구 먼저 인정해 주기

친구들과 다툼이 생길 때가 있다. 김씨는 “상대방이 나와 생각이 달라 그런 경우가 많다”며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는 “네가 틀렸어”라고 말하기보다 “네 생각도 맞아. 우린 생각이 다를 뿐이야”라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공 박사는 친구와 다툼이 있더라고 그 말 중에서 자신의 의견과 같은 부분을 찾아보라고 충고했다. “친구의 말을 다 들은 후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대화를 시작하면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 다툼의 원인을 설득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 예컨대 “알지도 못하면서 까불지마”라고 말할 게 아니라 “내 생각은 조금 달라. 난 이렇게 생각해”라고 다르게 말해 설득한다.

친구의 말이나 행동에 불만이 있을 때는 적절하게 요구하는 대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예컨대 싫어하는 별명을 계속 부르며 놀리는 친구가 있다면 화를 내기보다 “내 이름은 ○○○야. 나는 별명보다 이름을 부르는 게 더 좋아”라고 당당히 말한다. 단 충고는 기분 좋게 해야 한다. “너도 듣기 싫은 별명으로 불러 줄까”라고 하지 말고 “내 장점을 표현한 별명 하나만 지어줘. 그리고 그걸 불러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김씨는 “친구 사이에서 충고할 때도 충고로 끝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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