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뒷걸음질 공무원 청렴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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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투명성협회 미국지부라는 국제기구가 조사한 97년판 '부패 인지도지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관료의 청렴도와 정책의 투명성이 지난해 27위에서 올해는 34위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그동안 현정부 들어와 강도높게 추진했던 공직자사정이 일시적인 앰플주사효과밖에 없었고 지속적인 제도정착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올해 들어 부쩍 권력누수가 심해져 관료들의 부패가 공공연하게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다.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공공부문의 효율성이 이전보다 훨씬 의미를 더해가는데 우리의 경우는 역사를 앞질러가지는 못할망정 뒷걸음질 치는 것같아 걱정스럽다.

만약 공직자들이 그동안 복지부동 (伏地不動) 의 대가를 정권말기에 챙기겠다고 덤비는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국제기구의 조사는 주로 외국기업인이 보는 우리 공직자에 대한 평가지만 국내에서도 주로 하위직관료를 중심으로 노골적 뇌물요구의 사례나 금액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최근 높아가고 있다.

공공부문의 부패와 동시에 효율성을 가로막는 다른 요인은 공무원의 수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작은 정부' 라는 세계적 유행을 의식해 공무원의 수가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리를 바꾸거나 정부출연기관이나 투자기업에 파견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조정에 불과했다.

상당수의 경제부처에 이른바 부처에 진입하지 못한채 주변을 떠도는 인공위성 관료가 정원의 반에 가깝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대표적인 비효율성의 징표다.

별로 할 일도 없으면서 규제나 인.허가권을 틀어쥔 관료가 방만하게 존재하는 이상 규제철폐가 될리가 없고 정부의 재정중 인건비와 같은 경직성 경비를 줄일 방법이 없다.

따라서 뉴질랜드와 같이 정부의 효율성을 추구하려면 인원을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되 유능한 관료에게는 충분한 처우를 해줘 부패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석삼조 (一石三鳥) 의 지혜를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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