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나무 비닐우산 판매량 줄어 생산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판매량 줄어 생산포기 장대비가 쏟아진 4일 오후 우산을 안갖고 외출했던 회사원 朴모 (34.서울강남구청담동) 씨는 비닐우산을 사기 위해 도로변 가판점으로 뛰어들었다.

朴씨가 받아든 것은 대나무살에 파란색 비닐을 덮은 우산이 아니라 플라스틱살에 물방울 무늬가 찍힌 2천5백원짜리 투명 우산. 朴씨는 "대나무 우산은 없느냐" 고 물었지만 "요즘 세상에 그런걸 찾느냐" 는 가판점 주인의 퉁명스런 답변에 얼굴을 붉히고 돌아서야 했다.

여름철 1회용 우산의 대명사였던 대나무 비닐우산이 사라졌다.

소득증가속 시민들이 세련된 디자인에 견고한 우산을 찾으면서 바람만 불면 뒤집히고 쉽게 찢어지는 비닐우산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종로2가에서 가판점을 운영하는 김복순 (金福順.61.여) 씨는 "6월말 1천2백원짜리 대나무 비닐우산을 20개나 사다놨지만 그동안 단 한개도 팔지 못했다" 고 말했다.

대신 가격은 두배나 비싸지만 세련된 디자인에 쉽게 고장나지 않는 물방울무늬 우산이 시내 가판점을 휩쓸면서 70년대말까지만 해도 한해 2백만개씩 팔려나가던 대나무 비닐우산 판매량도 지난해엔 1% 수준인 2만개로 줄었다.

3백여곳이 넘던 생산업체도 모두 문을 닫고 현재 서울성북구종암동 소재 한일우산 한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 업체도 올해 문닫을 예정이라 대나무 비닐우산은 완전히 추억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이에따라 '이슬비 내리는… 빨간우산 파란우산 찢어진 우산…' 도 동요속에만 남아있게 됐다.

20여년동안 대나무 비닐우산을 만들어 온 한일우산 김동식 (金東植.43) 대표는 "소비자들의 외면에다 1천2백원의 소매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 장갑공장으로 업종을 전환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