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개발 시간 버는 중 … 협상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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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의 사례에서 보듯 이란은 핵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고 싶어 한다. 봉쇄와 군사 공격 등 모든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조속히 이란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온건파 중동 전문가인 다비드 메나스리(64·사진) 텔아비브대 이란연구센터 소장은 16일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란을 테이블로 불러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 초청으로 방한한 메나스리 소장은 “이란과 대화하기로 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등장으로 중동에서도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서도 대화를 하고 있지만 북한의 진의를 가늠하기 어렵고 개발된 핵을 해체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대화가 여전히 유용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처럼 대화를 하지 않은 채 봉쇄와 압박 카드만 썼을 때 어떤 결과가 있었나. 이란은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의제와 방식을 놓고 시간 벌기를 할 것이다. 시간 게임이다. 따라서 협상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대화를 할 때도 핵 개발을 하지 않겠나.

“미국과 유럽·러시아·이슬람권 국가 모두 이란의 핵개발을 반대한다는 합의된 결론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군사적 해결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옵션을 올려 놓고 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란 측에선 대화를 통한 핵 협상을 ‘독이 든 당근’이라고 할 정도로 기피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대화를 통해 이란이 핵을 포기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대화부터 시작하는 핵 제거 절차를 밟아 가야 최후의 군사적 해법도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란에는 정치적으로 성숙한 젊은 유권자층이 있다.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이란의 미래를 위해 지극히 현실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들이 핵 개발의 실효적 가치를 따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끝난 이스라엘 총선에서 강성 우파 세력이 의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했다. 중동 정세에 파란을 예고하는 지적이 많다.

“우파의 중심인 리쿠드당 지도부에선 극우 세력까지 안고 가선 오바마 행정부와 정책 조율이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중도파도 참여시키는 연합정권이 중동 정세 안정에 효과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6월 이란 대선에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이 출마한다. 그가 당선된다면 핵 협상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다고 보나.

“이란의 실권은 최고 종교지도자 하메네이가 갖고 있지 않나. 하타미 재임 시절에도 핵 개발은 진행됐다. 하타미가 당선된다는 것은 변화를 화두로 내건 오바마이즘에 호응해 이란 내부에서도 변화의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 표시일 것이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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