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방송 보고서 논란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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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 방송'이 편향됐다는 한국언론학회의 연구 보고서를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쪽에선 보고서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다른 쪽에선 연구진의 '정치적 성향'까지 공격하고 있다.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네티즌 간의 격론이 치열하다.

KBS는 14일 새 연구진 구성을 통한 재조사와 방송학회.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 등을 요구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탄핵 보도의 균형성을 검증하기 위해 학계.언론계.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위원회의 구성도 제안했다.

KBS는 '기계적 중립주의'에 근거한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연구원 공모에 응모한 학자들을 배제하고 특정 교수들을 책임 연구원으로 선정한 경위 등 보고서 작성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 언론학회 박명진(서울대 교수)회장도 공식 입장을 발표, "보고서는 저널리즘 연구의 기념비적 성과"라며 일각의 비판을 일축했다. 박 회장은 "공모와 학회 내 협의과정을 거쳐 탄탄한 전문성을 갖춘 연구진을 구성했으며, 두달 동안 밤낮으로 매달려 얻은 분석 결과를 전원합의제 방식으로 점검했다"고 설명한 뒤 "학회 집행부는 학술적 전문성이나 분석의 엄밀성 기준에서 미흡함이 없는지 살펴본 결과 방송 저널리즘 내용 분석 연구의 기념비적 성과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파문이 예상됐지만 결론이 타당한 연구방법,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기초하고 있는 한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언론학회 윤석민(서울대 교수) 총무이사도 지난 13일 일부 인터넷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 중립성을 지키기는커녕 논쟁의 한 축에 서서 개인 의견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일 등을 비판했다. 그는 "보고서를 둘러싼 논쟁이 파문을 넘어 집안 망신 꼴의 추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에 앞서 이효성 방송위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영국 BBC 등의 예를 들며 "보고서는 공정성을 수학적 균형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띄웠다.

한편 방송위는 방송 3사가 "보고서 분량이 방대해 답변 준비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요청을 해 와 방송사 의견 진술 시간을 16일에서 30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재와 관련된 방송위 결정도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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