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아들 '병역'문제 관련 야당측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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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두 아들 병역문제와 관련한 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의 대 (對) 국민 해명방침에 대해 야권은 즉각 "지지율 하락을 우려한 기회주의적 처사" 라면서 "국민이 납득할만한 증명과 사과를 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빠지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국민회의는 '과학적 증명' 을 요구하며 李대표를 압박했고 자민련은 아예 '대국민 사과후 사퇴론' 까지 들고 나왔다.

정동영 (鄭東泳) 국민회의 대변인은 2일 "어제까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떳떳하고 부끄러움이 없다던 李대표가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가 뭐냐. 고의감량밖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믿고 있는 국민적 불신에 대해 전후 사실관계를 통해 증명해 보이지 못한다면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안택수 (安澤秀) 자민련 대변인도 "李대표 두 아들의 병역면제는 병역부정을 저질렀거나, 고장난 체중계를 사용했거나, 10일 이상 굶었을 경우에만 이해될 수 있는 것" 이라며 "사과가 아닌 유감표명만으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어 "병역문제에 관한한 4천만명이 당사자나 다름없다" 며 "두 아들이 체중미달이란 똑같은 사유로 면제받은 것이나 신검 (身檢) 전후에는 정상체중이다 당일에만 최저체중으로 내려간 것은 어떤 말로도 의혹을 잠재우기 어렵다" 고 했다.

장성민 (張誠珉) 국민회의 부대변인은 "TV토론에서 충분히 해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李대표는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식 걱정으로 일관, 국민의 공분을 샀다" 며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야권은 또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아들 현철 (賢哲) 씨 문제와 관련, 조기에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대신 질질 끌다 결국 현철씨 사법처리로 이어진 것을 예로 들며 솔직한 사과만이 사건을 조기진화할 수 있다며 유감표명 이후를 대비하는 중이다.

양당은 일단 李대표의 회견과 여론추이를 지켜본후 대책을 모색하겠다면서 충분한 사과와 증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격수위를 더욱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李대표의 해명이 유감표시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지레 단정하면서 이후의 공세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방아쇠를 당길 채비까지 끝낸 상황이다.

야당의원들은 "李대표가 어떤 말로 해명을 해도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을 설득할수 없을 것" 이라고 단언하면서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자기 아들은 국방의무를 다하지 않고 면제시킨 것은 법이전에 도덕성과 윤리의 문제" 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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