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각국 야당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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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0~13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에서 대부분 집권당이 패배하고 야당이 승리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달 1일 EU가 25개국으로 확대된 뒤 처음 실시되는 선거로 유권자만 3억5000만명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쟁점의 실종으로 투표율이 유럽의회 선거 사상 가장 낮은 45% 이하에 불과해 유럽 확대의 역사적 의미를 반감시켰다.

◇집권당 패배=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이탈리아.오스트리아.포르투갈.체코 등 대부분 국가에서 집권당이 패배하거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는 각국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EU 차원의 쟁점보다는 국내 정치의 연장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선거에 참여한 소수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경기침체와 고실업, 사회보장 축소 등과 관련해 정부 실정을 응징하는 기회로 삼았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패배가 불 보듯 뻔한 집권당 측이 이번 선거를 아예 정치 쟁점으로 부각시키지도 않았을 정도다.

이와 함께 이라크 전쟁도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거나 파병했던 영국의 노동당, 이탈리아.포르투갈.네덜란드의 집권 우파, 스페인의 야당 등이 유권자에게 외면받아 패배하거나 고전했다.

◇유권자 무관심=특히 새로 가입한 동구권 10개국의 투표율이 25~30%에 불과해 EU 확대가 이들 지역 여론을 무시한 채 성급하게 추진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자아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유럽통합의 명분과 필요성을 유권자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낮은 투표율의 가장 큰 원인은 EU 주요기구 중 가장 실권이 약한 유럽의회에 대한 EU 시민들의 관심이 낮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럽의회는 오래 전부터 '이빨 빠진 호랑이' '말의 경연장'이라는 비웃음을 사왔다.

유권자들의 이 같은 무관심으로 영국.폴란드.체코.덴마크.스웨덴 등에서 유럽통합 회의론자들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도우파 승리=EU 확대에도 불구하고 유럽의회 내 중도우파의 지배 현상은 계속돼 중도우파 정당들의 모임인 유럽국민당-유럽민주주의자그룹(PPE-DE)이 제1그룹의 지위를 지켰다. 중도좌파 연합인 PSE 그룹도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민당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스페인에서의 선전으로 의석을 확대, 제2그룹을 유지했다. 제3그룹은 자유주의 계열의 유럽자유민주개혁(ELDR)그룹이 차지했다.

유럽통합 반대론자들인 유럽 민주주의 다양성 그룹(EDD)은 기존의 18석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각국 투표 방식은=유럽의회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개별국가의 각 정당을 상대로 투표한다. 이 투표 결과에 따라 지지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각 정당은 우파나 좌파와 같은 정치성향이 비슷한 다른 회원국의 정당과 연합해 원내그룹을 만들어 활동한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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