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바람은 이겨냈지만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셸 위가 4번 홀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고 있다. [카후쿠 AP=연합뉴스]

 ‘수퍼 루키’ 미셸 위(20)가 미국 LPGA 투어 첫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후쿠의 터틀베이리조트골프장 파머코스(파72)에서 열린 SBS오픈 최종 3라운드. 안젤라 스탠퍼드(미국)와 8언더파 공동 선두로 출발한 미셸 위는 10번 홀까지 버디 2개를 뽑아내며 10언더파로 3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서 첫 승 기대감을 부풀렸다. 하지만 중반 이후 무너지면서 1타를 잃어(버디 2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 합계 7언더파 2위로 경기를 끝냈다.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스탠퍼드가 10언더파로 개막전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미셸 위는 순간 시속 40㎞를 넘나드는 강풍 속에서 10번 홀까지 그린을 네 차례나 놓쳤지만 모두 핀 1~1.2m에 붙여 파 세이브를 성공시키는 집중력을 보였다. 이때까지 10언더파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마음이 조급했던 것일까. 11번 홀(파4·493야드)에서 3번 우드로 티샷한 공이 오른쪽 워터 해저드에 빠지며 2타를 잃었고 2위와의 타수는 1타 차로 좁혀졌다. 그 사이 스탠퍼드는 13, 14, 15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내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페이스가 흔들린 미셸 위는 16번 홀(파4)의 90㎝ 버디 퍼팅을 놓치며 추격의 힘을 잃었다.

아쉽게 우승 트로피를 놓쳤지만 경기 뒤 미셸 위의 표정은 예상보다 밝았다. 긴 슬럼프를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는 안도감이 앞선 듯했다.

LPGA 관계자들도 미셸 위의 부활에 반색을 했다. “미셸이 앞으로 이런 활약을 펼쳐 준다면 투어의 인기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미셸 위와의 일문일답.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는데.

“경기가 안 풀렸고 후반에는 퍼트가 안 들어갔다. 무엇보다 스탠퍼드가 너무 잘 쳤다.”

-소감은.

“우승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우승 욕심에 조급했던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

-역전패의 빌미가 된 11번 홀 더블보기는 어찌 된 것인가.

“3번 우드로 티샷했는데 오른쪽으로 조금 밀렸다.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 것 같다. 다음 샷을 5번 우드로 잘 쳤는데 길었고 러프에서 풀이 질겨 ‘털썩’ 하는 실수를 했다.”

-정신적으로 성장한 느낌인데.

“힘든 걸 느껴 보니까 그렇다. 골프를 잘 쳐도 불행할 수 있고 골프를 못 쳐도 행복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고 내 자신에게 만족하면 된다.”

한편 최나연(22·SK텔레콤)과 교포 안젤라 박(21·LG전자)이 합계 4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카후쿠(하와이)=최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