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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엔진 바꿨더니 … 주가·실적 쑥 쑥 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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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성장성 낮고 안정적인 자산주’. 2006년 초까지 동양제철화학에 대한 증권가의 한결 같은 평가다. 주력 사업인 기초화학·석탄화학의 성장이 정체돼 있었다. 주가는 1985년 이후 10년 넘게 주당 3만원 밑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2006년 6월 동양제철화학이 태양전지 기판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을 선언한 뒤 주가가 들썩였다. 2007년 초부터 치솟은 주가는 지난해 5월 44만원대로 껑충 뛰었다가 13일 현재 24만7000원을 기록했다.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문도 지난해 실적으로 깨끗이 사라졌다. 동양제철화학은 지난해 매출액 57.9%, 영업이익 226.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낸 기업들은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주가도 자연스레 좋았다. 기존 주력 사업 분야의 부진을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으로 만회했기 때문이다. 남보다 한발 앞서 사업 구조를 개편한 효과를 누린 것이다. 그래서 증시에서는 성장성보다 더 좋은 투자 지표는 없다고 말한다.


코오롱도 지난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한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4분기 석유화학업체의 영업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가운데도 이 회사는 양호한 실적을 유지했다.

코오롱은 2005년부터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꿨다. 고강도 섬유소재인 아라미드와 필름광학소재 등의 제품에 연구개발 인력을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 4%대에 그쳤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6%대로 높아졌다. KTB투자증권 오주식 연구원은 “아라미드 매출 증가로 수익성이 향상돼 영업이익률은 2010년 두 자릿수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년 초까지 1만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코오롱 주가는 13일 현재 2만8500원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07년 주력 사업인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의 가격 급락으로 적자를 기록한 지 불과 1년 만이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PDP 부문은 여전히 적자(-1716억원)를 냈지만 리튬이온 2차전지 사업의 매출액은 두 배로 뛰었다. 2000년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삼성SDI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17.1%로 일본 산요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2004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이던 주가도 올 들어서는 17% 올랐다.

LG화학도 2차전지의 실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에 석유화학과 산업재 부문은 적자였지만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62% 증가했다. 이 부문은 올해도 20% 이상의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김지환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하이브리드자동차용 배터리 공급까지 시작돼 단기 실적뿐 아니라 장기실적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13일 현재까지 코스피지수가 6% 오르는 동안 1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중인 기업도 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태양광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모듈 생산 공장을 증설 중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선산업에서의 성장 한계를 감안할 때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로 성장성이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필터전문회사인 웅진케미컬을 인수하면서 수처리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LS전선은 최근 한전이 발주한 진도~제주도 해저케이블 공사를 수주했다. LG화학은 최근 LCD유리기판 사업 진출에 진출키로 해 2차전지에 이어 또 다른 성장동력을 모색 중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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