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은 아직 초등학교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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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곽승준(사진) 미래기획위원장은 13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금융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투자은행(IB)에서 비롯됐다며 국내 은행이 IB로 발전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위험하다”며 “미국식 IB모델은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냈고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에서 물러났던 그는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 지난달 말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는 이날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 환경의 변화’ 세미나에 참석해 금융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그는 “대학생이 MT(수련회) 가서 사고를 냈다고 초등학생에게 대학 갈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아직 초등학교 수준인 우리나라 금융이 선진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에선 규제 강화 움직임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규제 완화가 진전된 나라의 얘기”라며 “위기는 3년이면 끝날 텐데, 그 후 한국 금융이 어떻게 국제 시장에 들어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 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강조했다. 그는 “MB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는 금융을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하나의 기업으로 본다는 점”이라며 “청년 일자리는 양뿐 아니라 질도 중요하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금융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해외 전문가들도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국제적 컨설팅회사인 프라몬터리파이낸셜 그룹의 제프리 카미켈 호주 지역 대표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이 지나친 규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개혁은 규제·감독 체제의 총체적인 재검토보다는 현재의 국제기구를 보완하고 국제 공조를 도모하는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IMF의 얀 브로크마이어 자본시장국 부국장은 “규제 실패가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며 “규제를 제2금융권 등으로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에드워즈 SC 제일은행장은 규제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과 당국이 협력해 리스크 관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보험연구원은 이날 ‘금융위기 진단과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 위기의 개념이나 관리 방법을 아예 법으로 규정해 체계적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진익 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관행적인 위기 관리는 한계가 있다”며 “위기 발생 여부를 판정하고 사후 처리를 담당할 주체와 절차를 법에 규정하자”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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