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 리콜 2라운드] 네티즌의 창이냐,기아차·건교부의 방패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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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쏘렌토 2004년형 5단 자동 변속기 모델의 결함 여부를 놓고 네티즌들과 기아자동차가 치열한 공방을 벌인데 이어 이번에는 건설교통부가 가세해 파장을 더하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 4월 6일까지 제작 판매된 기아자동차의 쏘렌토(자동5단) 2만1000여대에 대해 14일부터 리콜을 실시한다고 11일 발표했다.

리콜 내용은 "쏘렌토 자동5단 변속기 내부 케이스의 홈이 제대로 파이지 않아 후진시 동력이 잘 전달되지 않거나 갑자기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쏘렌토 리콜을 추진하고 있는 네티즌들의 모임인 '쏘렌토 미션(변속기) 리콜 추진카페(cafe.daum.net/04sorentorecall)'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건교부의 리콜은 결함있는 기계에 대한 변화가 전혀 없는 형식적인 것으로 리콜을 전면 거부한다.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판매금지 소송과 리콜 운동은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쏘렌토 리콜 문제는 지난 3월 16일 차량의 문제점을 느낀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면서 시작됐다.현재 이 카페에는 1만명이 참가했고 리콜 소송에 대해선 2000여명이 서명을 했다.

이 카페 관계자는 "건교부가 어떻게 결함 조사에 들어간지 이틀만에 조사를 끝낼 수 있느냐"며 "건교부의 리콜은 근본적인 결함을 회피할 뿐 아니라 기아차가 변속기 교체에 들어갈 수백억원의 비용을 덜어주기 위한 눈가림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그는 또 "기아차 경영진의 해결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현대차 그룹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운동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에 따라 20일까지 쏘렌토 04년식 5단 변속기 차량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 지방법원에 낼 계획이다.또 공신력 있는 전문 기관에 결함 조사를 의뢰,이를 근거로 손해배상 및 원상회복(리콜)을 요구하는 본안 소송 제기도 검토중이다.

동호회측에서 주장하는 결함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엔진회전수(RPM) 널뛰기 현상'이다. 시내 주행때 속도를 내려고 악셀을 밟았을때 반응이 늦게 와 인명 및 차량 접촉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일반적인 주행 상태에서 엔진 회전수가 2003년식(4단 변속기)에 비해 20~30%가 높아 소음이 크고 엔진 수명이 줄 수 있다고 제기한다.마지막으로 언덕에서 후진 기어를 넣으면 차가 뒤로 밀리는 현상이 심해 접촉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는 것.

기아차 측은 이에 대해 "리콜 대상이 아니라 단순한 상품성 문제"라며 "하지만 안전 우선 차원에서 최근 5단 쏘렌토 구입 고객에 안내문을 통지,희망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실시해왔다"고 해명했다.또 "건교부에서 리콜까지 하기로 해 더이상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기아차는 일부 문제점을 발견한 변속기의 관련 부품인 ECU(Electronic Control Unit)와 TCU(Transmission Control Unit) 등의 전자 제어시스템을 개선,지난 5월 출고분 부터 새롭게 적용했다고 주장한다.하지만 동호회측은 '개선된 것이 전혀 없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 기존 판매분까지 합쳐 전면적인 리콜을 시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카페 동호회 관계자는"기아차는 당초 결함 지적에 대해 '운전하는 소비자의 느낌(운전자 개인의 운전 감각 및 취향) 문제일 뿐'이라고 응대해 왔다"며 "방송에서 보도한 이후 뒤늦게 업그레이드에 나섰지만 이는 생색내기일 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네티즌의 권리 찾기에 대해 인터넷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동호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소비자의 권리를 찾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문제가 된 쏘렌토 5단 변속기 장착 배경은 이렇다.기아차는 03년식 모델까지 도요타자동차의 변속기 관련 계열사인 아이싱AW에서 제작한 4단 변속기를 장착해 왔다.그러나 아이싱AW가 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닛산 계열의 자트코사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제공 받은 부품을 국내에서 조립(현대차 계열 파워텍)해 장착해왔다. 5단 변속기는 스포츠 모드(다이내믹 변속 시스템)가 첨가된 제품이다.기아차는 해외 수출 모델에 대해선 아이싱 제품을 달아 수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5단 변속기 교체 비용으로 1대당 200만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동호회 요구대로 그동안 판매한 04년식 쏘렌토 5단 변속기 모델(약 3만대)을 리콜해 교체할 경우 비용은 500억원을 이를 것으로 보인다.앞으로 동호회의 소송 제기와 예정된 방송 보도,그리고 기아차와 건교부의 대응이 맞서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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