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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0 … 마이너스 통장이 플러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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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말로 제 딸의 학교 교육 의존도는 100%이고, 사교육비는 0원입니다.”

12일 덕성여중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마주 앉은 학부모 김연이(41)씨의 자신감 넘치는 고백이다. 이 학교 김영숙 교장의 악착 같은 노력 덕분에 사교육 공포에서 벗어난 김씨의 ‘덕성여중 찬가’는 생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사교육 없는 학교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서울 덕성여중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사인해 주고 있다. [오종택 기자]


“맞벌이 부부라 딸아이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니까 사교육에 치중했었거든요. 그러다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통해 방과 후 학교에 참여했지요. (중략) 이제 딸아이는 학교에서 비교과 영역으로 클라리넷도 배웁니다. 20년간 맞벌이를 하고도 저희 부부의 통장은 마이너스 통장이었는데 지난해부터는 (사교육비를 아껴) 방긋 웃는 플러스 통장으로 바뀌었어요.”

김영숙 덕성여중 교장의 ‘공교육 실험’을 보도한 본지 2월 4일자 1면.

덕성여중은 지난해 9월 김 교장이 부임한 뒤 상위권 학생들을 포함한 전교생의 80% 정도가 학원을 끊고 수준별 방과 후 학교에 동참하고 있다. 5개월여가 지난 지금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김 교장의 부탁대로 아이를 맡겼던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김 교장은 같은 재단의 덕성여고 평교사 시절에 이미 ‘사교육 없애기 실험’에 도전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다른 학부모들도 이런 김 교장이 연출해낸 ‘작은 기적’을 즐거운 마음으로 전했다. 특히 아이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 와 학교에서 ‘왕따’나 되지 않을까 고심했다는 신보경(40)씨는 “방과 후 학교를 통해 딸아이가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또 정춘란(44)씨는 방과 후 학교 참여 이후의 변화를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게 됐다”고 표현했다. 3학년 김단아양은 “선생님들을 보면 (과로로)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가슴이 아프다”며 은사들을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통령이 이 학교를 찾게 된 것은 중앙일보의 보도(2월 4일자 1면)를 접하고서다. 자율형사립고 설립 등 공교육 강화를 통해 사교육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은 이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제시해온 교육문제 해법이었다. 따라서 중앙일보를 통해 알려진 덕성여중의 실험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 목표를 한발 앞서 실천하는 ‘모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이 학교를 더욱 방문하고 싶어했다고 청와대 참모들은 전했다.

이런 만큼 덕성여중을 찾은 이 대통령의 입에서는 칭찬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학교에 도착해 김 교장을 만나자마자 “훌륭한 학교가 있다고 해서 왔다. 다른 학교도 이렇게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학년과 1학년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을 만나서도 “좋은 학교에 와보고 싶었다” “다른 학교도 배우라고 왔다” 등의 말로 인사를 건넸다. 또 학생들과 헤어져 간담회 자리에 앉자 “교장 선생님이 외부 초청강사(제도가) 있다고 하니 (나도) 강의하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동행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학교 측 얘기를) 잘 좀 새겨들으라”고 조크도 했다.

이런 이 대통령의 치하에 덕성여중 교사들은 힘을 냈다. 신수연 교사는 “선생님들이 학생지도를 안타까울 정도로 열심히 하는데 대통령이 오셔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남궁욱·이원진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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