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은행 금리 0.5%P 또 인하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뉴스 분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0.5%포인트 내린 것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등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그 폭에 대해서는 시각이 다소 엇갈렸다. 금리 인하 폭이 너무 가파르면 나중에 쓸 카드가 없어지기 때문에 완급을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래서 인하 폭은 0.25~0.5%포인트로 예상됐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지금으로선 언제 국내 경제가 회복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급격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선 금리를 지금보다 더 내릴 수 있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를 내려도 가계나 기업이 반응을 하지 않아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없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아직 유동성 함정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은 실물 부문이 나빠지면서 제대로 이자를 갚던 기업들이 그렇지 못하게 돼 금융 분야로 위기가 옮겨오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아직은 유효하다는 의미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0.5%포인트 정도 더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를 추가로 내리더라도 속도 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급격하게 내리면서 시중자금이 만기가 짧은 상품으로 몰리는 ‘단기 부동화’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적응을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금리를 내리는)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제로금리 정책을 쓰는 것에 대해선 “물가가 어느 정도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도 있고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필요하다면 시중에 공급하는 자금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증권사에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살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준경(경제학) 한양대 교수는 “국가 위험도 등을 감안할 때 우리가 선진국과 똑같은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긴 힘들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 돈이 돌게 하고 부실이 늘어나도 은행이 버틸 수 있도록 자본 확충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공조도 필요하다. 박영범(경제학) 한성대 교수는 “지금이 최악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한은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유기적으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도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면 이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돕겠다는 입장이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