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레미콘 공장 설립 9개월째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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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도군 이서면 양원리 주민들이 레미콘 공장이 들어설 곳을 가리키고 있다. 홍권삼 기자

청도군 이서면 양원리 주민들과 ㈜이서레미콘측이 레미콘공장 설립을 놓고 9개월째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마을에 있는 제방 둑 쌓기용 철망생산 공장을 레미콘 공장으로 바꾸려는 회사 측과 공장이 들어서면 식수와 농업용수가 고갈되고 오염될 것이라는 주민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마을 도로변에는 '환경 파괴범 레미콘 공장 반대' '주민생존 위협하는 레미콘 공장 설립 반대'등의 글이 적힌 플래카드 10여개가 걸려 있다. 플래카드 옆 천막에는 주민 5~6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회사측의 공장 설비공사를 막기 위한 '감시조'라는 것이 주민의 설명이다.

이들은 "매일 오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번갈아 현장을 지킨다"며 "바쁜 농사철에 이게 할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천막과 30여m 떨어진 레미콘 공장에는 시멘트와 골재 배합시설 공사에 쓰일 철제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지난 2월 배합시설 설치를 위한 기초 공사를 시작했으나 주민들이 저지해 무산됐다.

자재는 곳곳에 녹이 슬었다. 회사 측은 "주민들의 방해로 피해액이 3억~4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분쟁은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철망 공장인 금곡산업을 이서레미콘이 인수하면서다.

이 마을 130여가구 500여 주민들은 "공장이 가동되면 식수와 농업용수가 고갈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공장에서 남북으로 200여m씩 떨어진 하천에는 주민들의 식수원인 취수구가 있다.

먼지와 수질 오염으로 인근 농가의 버섯재배와 벼농사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공장 터가 칠곡초등학교와 155m 떨어진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시설과 200m이내)에 위치해 공장을 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상문(49)이장은 "마을 중간에 공해업종인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면 주민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군도 주민 반발 등을 들어 이서레미콘측이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두 차례 낸 공장등록변경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회사측은 지난 4월 공장등록변경 반려처분 취소소송을 법원에 냈고, 경북도에는 같은 내용의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또 지난 2월 레미콘 배합시설 설치 공사를 방해한 주민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데 이어 3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서상수(53) 대표는 "청도군청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신고사항인 공장 등록조차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칠곡초교와 공장의 주 시설인 배합기는 218m떨어져 있고, 공장용수를 채취하는 지하수층이 달라 식수 고갈 등의 우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공장에서 사용한 물은 폐수처리장에서 정화해 모두 재활용하고, 첨단 분진방지시설을 갖춰 공해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청 해당 부서에 질의한 뒤 공장 변경을 추진했지만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결국 법정에서 진위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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