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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전용 '제한상영관' 개관 한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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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지난달 14일 국내 첫 제한상영관으로 문을 연 대구 동성아트홀. 관람객은 회당 20~30명으로 비교적 적었다. [대구=조문규 기자]

국내 최초의 제한상영관이 문을 연 지 한달이 지났다. 제한상영관이란 일종의 성인영화 전용관으로, 성적 표현이나 폭력의 정도가 강해 일반 극장에서는 틀 수 없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다.

지난달 14일 제한상영관으로 테이프를 끊은 대구 동성로의 레드시네마(150석)와 동성아트홀(200석)은 개관 초기의 한산했던 모습과 달리 관객의 발길이 좀더 잦아졌다. 극장 관계자에 따르면 프랑스영화 '로망스'는 처음엔 회당 3~5명에 불과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20~3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 11일부터 걸린 '애나벨 청 스토리'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 영화는 10시간에 걸쳐 251명의 남자와 마라톤 섹스 이벤트를 벌인 애나벨 청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2000년 국내 개봉 당시 81분으로 상영됐던 필름을 86분짜리 원판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일요일인 13일에도 레드 시네마를 찾은 관객은 회당 10명 내외에 지나지 않았다.

*** 회당 20~30명 … 대부분 40대

극장주인 최윤달씨는 "제한상영관은 프로그램이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애나벨 청 스토리'는 이미 비디오로 출시된 데다 내용 자체도 다큐멘터리여서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해서인지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한숨을 지었다. 20m 거리를 두고 같은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동성아트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광고를 전혀 할 수 없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포스터 한 장 내걸 수 없는데다 신문 광고를 하려 해도 '제한상영관'이라는 말만 쓸 수 있을 뿐 상영 중인 프로그램 이름조차 알릴 수 없으니 전혀 홍보가 안 된다"며 작품 제목 정도는 허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이어 "비디오 극장을 할 때는 영사 기사도 필요없고 전기세도 적게 나왔는데 제한상영관으로 탈바꿈하면서 내부 수리도 하고 영사 기사도 들이는 등 인건비와 비용이 늘었는데 이를 회수할 방도가 없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에 제한상영관 체인을 추진하면서 영화도 공급하는 듀크시네마의 조영수 이사는 "일부에서 제한상영관을 포르노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아니냐는 수상한 시선으로 보았으나 이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어 다행"이라면서 "아직 기대한 만큼 관객 수가 많지는 않지만 20대 관객의 관심이 늘고 있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관객층은 40대 이상이 80%, 20대가 20% 정도지만 이 수치를 역전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생에게 관람료를 절반으로 할인하는 등 혜택을 줄 방침이다. 프로그램 수급과 관련해서는 "60여편의 외화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한국 관객에게 널리 알려진 '에마누엘' 시리즈와 '개인교수''차탈레 부인의 사랑' 같은 작품이 있어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면서 "어두운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외관과 인테리어를 단장하는 데도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 광고 금지에 제목도 못 알려

제한상영관은 지난주 포항의 명보극장이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이번 주말께 수원의 피카디리, 부산의 국도 극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듀크시네마 측은 올해 안에 전국에 16곳 정도의 제한상영관을 세울 계획이다. 서울에는 강남과 강북에 1곳씩 설립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아직 일부 지자체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우려해 뚜렷한 이유없이 등록필증 교부를 꺼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화관광부는 지난 10일 "제한상영관 등록은 영화진흥법과 시행령에 의거해 이뤄지도록 해달라"는 협조공문을 장관 명의로 16개 시.도에 전달했다.

문화부 영상진흥과 손용문씨는 "제한상영관을 포르노영화관으로 여기는 오해를 풀고 전국의 제한상영관 등록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대구=정기환 기자, 이영기 기자<einbaum@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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