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특급선수'로 재미보는 미국구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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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훌륭한 투수? 그런 것같다.

훌륭한 장사밑천? 확실하다' . 뉴욕 양키스 구단 관계자들의 자기 팀 일본투수 이라부 히데키에 대한 평가다.

그가 승리를 줄줄 엮어낸다면 더 바랄 게 없지만 적당히만 해줘도 얻는 것은 많다는 얘기다.

이라부는 20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다가 소나기안타를 얻어맞고 7회에 강판당했다.

강속구는 위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컨트롤도 나빴다.

양키스는 6 - 2로 졌고, 이라부는 메이저리그 첫 패배를 기록했다 (통산 2승1패) . 관중들은 "몸값도 못한다" "역시 과대평가였다" 며 야유를 보냈다.

이라부도 관중석 쪽으로 침을 뱉는등 볼이 잔뜩 부었다.

그러나 구단측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다.

"그 정도면 괜찮은데 뭘 - " "슈퍼맨도 아닌데 매일 이기나" 라며 오히려 역성을 들고 있다.

'새상품' 에 혹시 흠집이라도 날까봐 두렵다는 기색이다.

사실 뉴욕에서 이라부의 상품가치는 크다.

1천2백80만달러의 계약은 날이 갈수록 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이라부가 등판하는 날엔 일본인들이 앞다퉈 몰려간다.

지난 10일의 데뷔전 때는 일본계 상사의 업무가 마비되고, 뉴욕 스카스데일등 일본인 밀집지역의 초밥집이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다.

양키스타디움에는 5만여명의 대관중이 몰려 구단측은 입장료와 식음료 판매로만 83만달러를 벌었다.

일본 NHK는 물론 뉴욕 일원의 유선방송들도 이라부에 대해 관심이 크다.

이라부 티셔츠와 재킷도 불티나게 팔려 양키스에 만만찮은 수입을 올려주고 있다.

양키스의 드렉 실러 사업담당 부사장은 "이라부는 엄청난 마케팅 기회를 제공해 준다" 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닌다.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가 소속된 LA 다저스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관중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줬고 동양계 관중들에겐 열광할 대상을 제공, 스포츠마케팅 측면에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저스는 오는 8월 뉴욕 메츠와의 3연전 (19~21일.셰이스타디움) 을 위해 뉴욕에 온다.

메츠 구단은 박찬호의 등판일정에 맞춰 한국계 관중을 위한 식전행사를 마련하고, 대형 전광판 스크린을 통해 한국을 소개하는 비디오도 상영할 예정이다.

남의 선수이긴 하지만 그를 이용해 짭짤하게 장사 한번 해보자는 속셈이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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