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명랑 소녀로만 보지 말아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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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시트콤 '논스톱'(MBC)과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SBS), 영화 '오 해피데이'(2003년) 등에서 보여줬던 유쾌.발랄.엽기로 무장한 명랑 소녀 이미지다. 그런 장나라가 12일 시작한 MBC의 새 주말극 '사랑을 할 거야'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혼한 뒤에도 돈을 달라며 엄마를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 또 그렇게 당하기만 하는 엄마가 싫어 반항하는 우울한 여고생 진보라 역이다. 연인인 동아리 선배 하늘(연정훈) 앞에서 배시시 웃을 때조차 예전의 만화 캐릭터 같은 경쾌함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변신이라는 말에 그다지 수긍하지 않는 눈치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양순이나 '사랑을 할 거야'의 보라 둘 다 똑같이 진지한 역이에요. 그런데 양순이는 충청도 사투리를 써서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명랑'의 틀 속에서만 가두려는 시청자들에게 은근히 서운한 듯했다.

"뭘 해도 명랑하게 보시니까요. '논스톱' 때는 착하고 어수룩한 성격, '명랑소녀 성공기'에서는 야무지지만 착해서 손해보는 사람, '내사랑 팥쥐'(MBC)에서는 못되고 공격적인 인물이었어요. 제가 연기를 못해서인가요? 이렇게 캐릭터가 서로 다른데도 한결같이 다 '명랑'하다고만 하시니…."

그렇다고 이런 고정된 이미지가 싫어 이번 작품을 고른 건 아니란다.

"사실 더 크게 변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영화 '미저리'의 케시 베이츠 같은 그런 역할로요. 하지만 '난 늘 비슷한 역할만 했으니 이젠 바꿔야 해', 뭐 그런 강박증에 쫓겨 급격한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건 좋은 것 같지 않아요. 그냥 연기자니까 이것저것 다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재혼할 마음을 먹은 사람이 알고 보니 남자 친구의 아버지라는 충격적인 설정 속에서 장나라가 얼마나 진지한 연기를 펼칠지, 시청자들이 장나라의 변화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 줄지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린 듯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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