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가입때 매매수수료 따져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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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펀드 운용의 속살이 한 꺼풀 벗겨졌다. 그동안 총비용에 포함돼 따로 드러나지 않았던 펀드의 자산 매매수수료가 10일부터 분리돼 별도로 공시된 것이다.

펀드의 자산 매매수수료는 자산운용사들이 펀드에 편입된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증권사에 지불하는 중개 비용을 말한다. 이 비용이 높으면 펀드의 운용 비용이 증가해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매매수수료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자산운용사들은 인하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처음으로 펀드별·운용사별로 펀드 자산 매매수수료 비율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매매수수료 비율은 운용사별로, 펀드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 주식형 펀드 중 매매수수료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진 동부해오름인덱스알파파생클래스A형의 지난해 매매수수료 비율은 6.76%를 기록했다. <표 참조> 만약 이 펀드가 100억원짜리라면 6억7600만원을 주식 매매 비용으로 지급한 것을 뜻한다. 반면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푸르덴셜나폴레옹주식1-6의 매매수수료 비율은 0.0001%에 불과했다. 매매수수료 비율을 감안할 때 이 펀드는 지난해 1년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또 운용사별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공모 국내 주식형 펀드 순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의 펀드를 보유한 자산운용사를 기준으로 할 때 동양투신운용의 매매수수료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회사는 1.5%가량을 매매수수료로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1000억원을 굴렸다고 치면 15억원을 매매수수료로 증권사에 지불한 것이다. 이와 함께 대신투신과 현대와이즈자산운용도 1%가 넘는 매매수수료 비율을 기록했다. <표 참조>

국내 최대 주식형 펀드 운용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난 한 해 매매수수료 비율은 0.48%로 28개 주요 자산운용사 중 9위였다. 2위 자산운용사인 한국투신운용, 3위 운용사인 삼성투신운용과 한국투신운용의 매매수수료 비율은 0.2%대로 하위권에 포진했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의 매매수수료 비율이 0.0124%로 가장 낮았다.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 매매수수료는 0.37%였다.

매매수수료를 통해 투자자들은 펀드와 자산운용사의 운용 스타일을 엿볼 수도 있다. 우선 공격적으로 시장에 대응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매매수수료 비율이 높다는 것은 보유 자산 회전율이 높은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즉 펀드에 편입된 주식을 자주 사거나 파는 바람에 증권사에 중개수수료를 많이 지불한 것이다. 대개 주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운용사가 많은 매매수수료를 지불한다.

그러나 잦은 종목 교체는 큰 손실로 연결될 수 있고 펀드 운용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만큼 바람직하지 못한 운용으로 평가된다. 또 계열 증권사의 매매수수료를 늘려 주기 위해 매매 주문을 많이 내는 경우도 있다.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의 최상길 전무는 “증시 침체기에는 한 푼도 아까운 만큼 매매수수료 비율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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