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구씨 KBO ‘무보수’ 총재에 “경륜 살려 야구 발전 위해 노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한국야구위원회(KBO) 제17대 총재로 유영구(63)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추대됐다.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들은 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KBO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유 이사장을 새 총재로 추천했다. 신영철 SK 와이번스 대표이사는 “무보수를 조건으로 유 이사장을 총회에 추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하일성 KBO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에서 “무보수 총재직을 흔쾌히 받아들이겠다. 후보로 추천해 줘 기쁘고, 좋아하는 야구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행복하겠다. 지금까지 경륜을 살려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수락 의사를 밝혔다. 역대 KBO 총재 중 정치인 출신이 아닌 ‘자율 총재’는 박용오(1998∼2005년) 전 두산그룹 회장 이후 유 이사장이 두 번째다.

◆왜 유영구인가=구단 사장들은 새 총재의 자격으로 ‘평소 야구에 관심이 있고, KBO 총재를 명예직으로 생각하며, 야구계 신망을 얻는 인물’을 내세웠다. 사장들은 유 이사장이 이런 조건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유상근 명지학원 설립자의 장남인 유 이사장은 명지학원 이사장과 한국대학법인협의회 부회장을 역임한 교육계 인사다. 그러나 야구를 비롯한 체육계와도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1990년 LG 트윈스 창단 고문을 지낸 데 이어 KBO 고문과 서울돔구장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경기고 동기인 구자홍 LS그룹 회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정·재계 인맥도 두터운 편이다.

◆온화와 협의의 리더십=유 이사장을 지켜본 주위 사람들은 한결같이 “온화하고 합리적이며 협의를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유 이사장에 대해 “유머가 있고 의견 조율을 강조한다. 돔구장추진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신념을 갖고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했다”고 평했다. 유 이사장의 측근은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 주변에서 욕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고교 시절부터 실업야구 경기장을 자주 찾을 만큼 야구에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야구인들과 친분도 두텁다”고 전했다.

◆난산 끝에 재추대=유 이사장이 총재로 추천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12월 16일 신상우 총재 사퇴 직후 구단 사장들은 일찌감치 유 이사장을 후임 총재로 추천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감독청인 문화부가 절차를 문제삼자 유 이사장은 추대 엿새 만에 고사 의사를 밝혔다. 이후 구단 사장들은 정치권의 낙점만을 기다리며 해를 넘겼다. 하지만 최근 문화부가 “총재 선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고, 야구계는 유 이사장 재추대와 ‘구단주 출신 총재’를 놓고 논란을 벌인 끝에 ‘원래 계획대로’ 유 이사장을 낙점했다.

◆남은 절차는=이사회가 ‘명예직’을 강조하며 조건으로 내세운 ‘무보수’에 대해 유 이사장은 흔쾌히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유 이사장은 연봉 1억8000만원은 받지 않고, 월 1000만원의 업무추진비만 받는다. 역대 총재 중 무보수는 박용오씨가 유일했다. KBO 총재는 이사회의 4분의 3 이상 추천과 구단주 총회의 4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선출한 후 문화부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추대한 데다 문화부도 이미 ‘불간섭’ 의지를 표명했으므로 유 이사장의 취임에는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신화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