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들은 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KBO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유 이사장을 새 총재로 추천했다. 신영철 SK 와이번스 대표이사는 “무보수를 조건으로 유 이사장을 총회에 추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하일성 KBO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에서 “무보수 총재직을 흔쾌히 받아들이겠다. 후보로 추천해 줘 기쁘고, 좋아하는 야구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행복하겠다. 지금까지 경륜을 살려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수락 의사를 밝혔다. 역대 KBO 총재 중 정치인 출신이 아닌 ‘자율 총재’는 박용오(1998∼2005년) 전 두산그룹 회장 이후 유 이사장이 두 번째다.
유상근 명지학원 설립자의 장남인 유 이사장은 명지학원 이사장과 한국대학법인협의회 부회장을 역임한 교육계 인사다. 그러나 야구를 비롯한 체육계와도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1990년 LG 트윈스 창단 고문을 지낸 데 이어 KBO 고문과 서울돔구장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경기고 동기인 구자홍 LS그룹 회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정·재계 인맥도 두터운 편이다.
◆온화와 협의의 리더십=유 이사장을 지켜본 주위 사람들은 한결같이 “온화하고 합리적이며 협의를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유 이사장에 대해 “유머가 있고 의견 조율을 강조한다. 돔구장추진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신념을 갖고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했다”고 평했다. 유 이사장의 측근은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 주변에서 욕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고교 시절부터 실업야구 경기장을 자주 찾을 만큼 야구에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야구인들과 친분도 두텁다”고 전했다.
◆난산 끝에 재추대=유 이사장이 총재로 추천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12월 16일 신상우 총재 사퇴 직후 구단 사장들은 일찌감치 유 이사장을 후임 총재로 추천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감독청인 문화부가 절차를 문제삼자 유 이사장은 추대 엿새 만에 고사 의사를 밝혔다. 이후 구단 사장들은 정치권의 낙점만을 기다리며 해를 넘겼다. 하지만 최근 문화부가 “총재 선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고, 야구계는 유 이사장 재추대와 ‘구단주 출신 총재’를 놓고 논란을 벌인 끝에 ‘원래 계획대로’ 유 이사장을 낙점했다.
◆남은 절차는=이사회가 ‘명예직’을 강조하며 조건으로 내세운 ‘무보수’에 대해 유 이사장은 흔쾌히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유 이사장은 연봉 1억8000만원은 받지 않고, 월 1000만원의 업무추진비만 받는다. 역대 총재 중 무보수는 박용오씨가 유일했다. KBO 총재는 이사회의 4분의 3 이상 추천과 구단주 총회의 4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선출한 후 문화부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추대한 데다 문화부도 이미 ‘불간섭’ 의지를 표명했으므로 유 이사장의 취임에는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신화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