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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그룹 해외사업 챙기기 …부도유예 설명 곧 정상화 강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기아그룹은 15일과 16일 해외 각 지역의 현지법인 대표및 지사장들에게 김영귀 (金永貴) 사장 명의의 서한을 보냈다.

각 법인 대표와 지사장들이 기아차를 파는 현지 딜러들에게 부도유예협약의 실체를 적극 설명해 납득시키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서한에는 현지 딜러나 협력선이 동요하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하라는 것과 함께 두달 내에 회사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아는 또 지역별 수출을 책임진 임원들에게 현지로 나가 상황을 설명토록 했다.

내수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난국을 이겨내는 단초는 고객들의 반응이며 얼마나 차가 많이 팔리는가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아는 당초 올해 수출물량을 41만대로 잡았으나 4월이후 수출증가세에 힘입어 최근 45만대로 늘려잡았다.

이같은 목표달성에 아직 큰 차질이 없으며 벌여놓은 해외사업에도 지장이 없다는게 기아측 주장이다.

그러나 기아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유럽등의 합작 파트너및 바이어들로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배경과 취지를 묻는 전화와 팩스가 잇따르고 있다.

기아의 해외사업은 대부분 현지업체와의 합작으로 조립생산하는 방식. 현재 인도네시아.중국.터키.베트남등 13개국에서 연간 45만대의 조립생산 (KD) 규모를 갖고있다.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인도네시아의 국민차 사업자로 선정돼 세피아를 현지 독자모델로 생산하는 것과 아시아자동차의 브라질 합작사업등 두가지. 인도네시아의 경우 기아는 현지 국민차 (차명 티모르) 의 부품을 특혜관세를 적용받고 수출해 현지조립한뒤 판매하는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기아의 인도네시아 합작사인 티모르 푸트라 인터내셔널 (TPN) 사는 아직 기아사태에 대해 공식 언급을 않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기아의 인코사업본부 역시 인도네시아측으로부터 연락받은게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아의 부품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와관련, 16일 TPN사에 기아문제가 국민차사업에 미칠 영향과 문제점을 검토해 정기보고토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인도네시아는 현재 태국 바트화로 촉발된 동남아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아 현지통화 루피아의 평가절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 티모르의 판매가가 인상돼 판매가 줄어들어 기아도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는 예측이다.

정정 (政情) 불안과 미국.일본등의 국민차 사업에 대한 반발에 시달려온 인도네시아 정부가 기아와의 국민차 협력방향을 수정하지 않을까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조금은 걱정되는 상황이다.

아시아자동차의 브라질 합작사업 역시 해외신인도 저하및 금융여건 악화로 자금조달 부담이 만만치않다는 지적이다.

합작사업외에 수출의 경우도 딜러들이 불안감때문에 이탈하거나 판매량이 줄어드는등의 어려움이 우려된다.

정부측은 이와관련, 기아의 해외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방침을 일제히 밝혔다.

임창열 (林昌烈) 통상산업부장관은 16일 "이번 사태가 사실 이상으로 증폭돼 기아자동차의 해외사업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된다" 면서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은 정부차원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전달할것" 이라고 말했다.

17일의 한 - 브라질 자동차협상에서도 양국은 올해 소진되지 않은 쿼타량 3천2백대를 모두 기아자동차에 배당키로 했다.

또 김인호 (金仁浩)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아의 해외투자와 합작사업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점을 주재국 정부와 기업들을 상대로 적극 홍보하도록 외무부가 해외공관에 지시했다" 고 밝혔다.

얼마든지 수익성이 있는 사업인데도 기아의 현 상황 때문에 흔들린다면 국가적 손실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기아그룹 해외사업의 앞길과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것은 기아가 자구노력등을 통해 해외제휴선의 동요를 얼마나 진정시키느냐에 달려있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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