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언론학회 보고서에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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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언론학회가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 보도'가 편파적이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데 대해 방송사와 일부 언론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학 교수들은 "정밀한 학문적 분석을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위원회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는 오는 16일 전체 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를 논의한다. 방송위가 언론학회의 보고서 내용을 어느 정도 반영해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치밀한 분석 과정=언론학회의 '대통령 탄핵 관련 TV 방송 내용 분석' 보고서는 지난 3월 탄핵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자 방송위가 연구를 의뢰해 나왔다. '민감한 사안'에 고민하던 방송위는 언론학회에 연구를 맡겼다.

1959년 설립된 언론학회는 760여명의 회원이 있으며 언론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보고서 작성에는 한양대 이민웅, 연세대 윤영철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연세대 윤태진, 한림대 최영재, 연세대 김경모, 서울대 이준웅 교수가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두명의 책임연구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386세대다. 여기에 6명의 연구조교가 도왔고 20명의 훈련받은 전문 코더(대학원생과 일부 학부생)가 참여했다.

이들은 탄핵 관련 특보와 속보, 정규 뉴스, 교양 프로그램 등 총 96시간분의 방대한 물량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 연구여서 연구진은 보고서를 영문으로 번역해 해외 학계에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웅 교수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장이 작지 않겠지만 자신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떻게 될까=방송위는 지난 10일 KBS.MBC.SBS에 보고서 전문을 보내는 한편 16일 방송사 관계자가 참석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현행 방송법의 방송심의 규정은 '사회적 쟁점을 다룰 때엔 관련 당사자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고 특정 정당이나 정파의 이익이나 입장에 편향돼서는 안 된다'(9조2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주의'나 '경고' '시청자에 대한 사과' '해당 프로그램 중지.정정' '방송 관계자 징계' 등의 제재를 내릴 수 있다.

한편 KBS.MBC 노조와 민언련 등은 잇따라 반박성명을 냈다. 보고서가 '기계적 중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이재진 교수는 "가장 객관적인 방법으로 얻은 결과를 감정적.정치적으로 재단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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