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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도다!] 5. 인도의 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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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대형 빨래터와 판자집들이 얽혀 있는 뭄바이 시내의 ‘도비 가트’. 도비는 빨래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카스트 계급에서 최하층에 속한다. 대물림으로 빨래하며 살아가는 빈민층이다. [김준술 기자]

과연 인도의 장래를 낙관적으로만 볼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미래형이요, 조건부 낙관론이다.

여전한 사회주의 잔재, 형편없는 인프라, 심각한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불안 문제들을 무난히 해결해 나간다는 전제 아래의 낙관론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인프라. 듣던 대로 전력 등을 비롯해 인도의 인프라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뉴델리에 도착한 첫날 새벽부터 호텔 전기가 두 차례나 끊겼다. 가뜩이나 전기가 모자라는 판에 에어컨까지 트니 걸핏하면 정전이었다.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관계자는 "전압이 불안정해 정밀기계를 못 들여온다"고 토로했다. 다른 전자제품 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전기문제가 해결돼야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텐데….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데 최대 장애도 전기다.

인도 측 자료로는 발전시설이 세계 6위(10만㎿)라고 하는데 이것도 믿을 게 못 된다.

전력생산의 절대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일상화된 도전(盜電) 때문에 공장에 공급되는 전기는 더 부족하다"(강석갑 KOTRA 델리 무역관장)는 것이다.

물류 인프라의 혈맥인 도로는 어떠한가. 길의 총연장이 330만㎞로 세계 2위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엉터리 순위다. 산업화를 감당해낼 길다운 길은 과연 몇㎞나 될까. 공항이나 항만시설 또한 한심한 수준이긴 마찬가지다.

인도 경제에서 컴퓨터와 책상만으로 충분한 소프트웨어 부문이 유독 앞서는 건 이 같은 인프라 여건과 무관치 않은 것이다. "인프라가 선결되지 않고선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항만과 고속도로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정부 재정이 충분치 않으므로 결국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헨리 펠라에즈 뱅크 오브 아메리카 뉴델리 부지점장)

낙관적인 신호는 인도 각지에서 목격되는 건설 현장이다. 곳곳에서 길 닦고 다리 놓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도 나서서 밖에서 돈을 끌어오고, 규제도 과감히 없애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 전기법을 뜯어고쳐 민간기업에도 전력사업을 허용했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릴라이언스 그룹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업을 주도할 그룹 창업자의 둘째 아들 아닐 암바니는 "독립 이후 가장 중요한 경제 입법"이라며 전력산업의 지각변동을 예상했다. 릴라이언스는 향후 5년간 6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도로 역시 나중에 이윤을 떼주는 방식으로 민자를 유치하고, 모자라는 몫은 차관으로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황금의 사변형(GQ)'같은 대역사(大役事)가 좋은 예다. 아룬 자이틀리 산업부 장관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GQ처럼 인도 경제의 얼굴을 바꿀 인프라 혁명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항도 변화가 감지된다. 라말린감 항공청장은 "2007년까지 5400크로루피(약 1조4000억원, 크로는 인도의 고유 단위로 1천만)를 투입해 25개 공항 터미널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델리.뭄바이 공항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고, 방갈로르의 새 공항은 가동할 준비에 들어갔다. 항공청은 최근 민간 항공사의 공항 이용료를 면제해 주고, 이.착륙세를 깎아줬다. 운항 편수가 늘고 관광객이 증가하면, 돈 냄새를 맡은 투자자들이 공항 내 편의시설 사업 등에 저절로 달려들 것이란 계산이다.

뉴델리.뭄바이.방갈로르.첸나이=이장규 경제전문대기자.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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