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재계새별>17. 동방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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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동방그룹은 운송.물류 전문업체다.

모기업인 ㈜동방은 국내 4대 운송업체중 하나. 항만하역.초중량물 운송부문에서는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동방그룹은 연간 5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그룹 치고는 일반에 잘 알려져있지 않다.

그래서 이름이 비슷한 신동방그룹과 관계가 있지 않느냐는 문의도 자주 받는다.

동방은 최근 소비자에게 친숙한 기업으로 다가서기 위해 적극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신동방그룹과는 무관 이 그룹이 최근 패션내의.아파트.대형할인점 사업등 일반소비자와 직접 맞대는 업종에 잇따라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방그룹 김용대 (金容大) 회장 (61) 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그는 36년 경남 김해에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학으로 김해 농고와 부산법대를 마쳤다.

58년 대학졸업후 한때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냈고 주택공사에서 직장생활도 했다.

그러나 "샐러리맨으로 인생을 마감할 수 없다" 며 직장을 뛰쳐나와 현재의 명보극장 인근에 의류가게를 열었다.

그는 70년 한일합섬이 카페트를 생산하기 시작하자 업종을 카페트 전문점으로 바꾸었다.

장사운이 따라 金회장은 10년간 카페트장사로 많은 돈을 벌었다.

80년대초 그는 우연히 한 친지로부터 카페트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산의 한 운수.하역업체를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이 제의는 후일 金회장이 중견그룹 회장이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金회장이 평소 내세우는 경영철학은 두 가지. 하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그릇이 있다.

이 그릇이 가치있는 것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는 '빈그릇 론 (論)' 이다.

金회장은 또 '정 (情) 의 경영' 을 중시한다.

그는 "기업뿐 아니라 한국사람들의 하는 일 중 잘안되는 것이 화합" 이라며 "화합의 매체는 바로 정 (情)" 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정' 경영의 바탕에는 7남1녀중 막내이자 유복자로 태어난 金회장의 성장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이런 가정환경 탓에 부하직원등을 대할 때 유달리 '정 (情)' 을 베풀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임원들과 생산직 여성근로자들과의 자매결연을 추진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지방출장길에 부하직원들과 '정 (情)' 을 나눈다며 근로자들이 권하는 술잔을 한자리에서 60여잔이나 받아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정 (情)' 을 내세우는 金회장의 독특한 경영스타일은 노사화합에도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81년 金회장이 인수한 부산의 동방운수창고는 석유파동 여파등으로 부도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나 金회장이 회사명을 ㈜동방으로 바꿔 재출범한뒤 빠른 속도로 정상궤도로 들어섰다.

당초 5년으로 잡았던 정상화 기간이 3년으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에 1백억원에 달하던 악성부채를 모두 청산했으며 매출액도 곱절로 불어났다.

지난 5월 동방그룹은 21세기 중장기전략의 일환으로 일부사업을 합병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룹의 주력 업종을 앞으로 물류외에 건설사업등으로 확대시켜 나가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건설회사인 동방산업개발을 면방업체인 동방방직으로 흡수 합병하고 회사명을 동방 T&C로 바꾸며 제2창업을 선언했다.

동방 T&C는 섬유.유통.건설등 3개사업군을 통합 관리하게됨에 따라 단숨에 그룹의 주력사로 떠올랐다.

동방그룹은 현재 물류.섬유.건설.철강.엔지니어링등 부문에서 7개 계열사와 3개의 해외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총매출액은 5천1백여억원. 올 예상 매출액은 6천5백억여원. 동방은 2001년 매출목표를 2조1천억원으로 잡고 있다.

㈜동방은 대형 발전설비등 평균 무게가 4백~5백이 넘는 초중량물 수송에서 국내 최고임을 자부한다.

건설분야도 눈돌려 ㈜동방은 지난 95년 유공에 납품하기 위해 일본 JSW사가 제작한 길이 38, 무게 1천3백80백의 설비기자재를 일본에서 울산까지 운반한 적이 있다.

이는 국내에서 육로로 운반한 화물로는 최대규모다.

같은해 총중량 3천4백, 길이 1백50의 남해통영대교를 통째로 해상운송하는 기록도 남겼다.

건설도 그룹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 94년 부림개발을 인수해 동방산업개발로 이름을 바꾸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그간 토목공사와 주상복합건물에 주력하다 지난해부터 아파트사업에 진출했다.

건설사업은 실적이 아직은 부진한 편이다.

건설부문은 95년 적자 (3억5천만원) 를 낸뒤 지난해 간신히 흑자로 전환했으나 규모 (2천6백만원) 는 미미하다.

또 차세대 수종 (樹種) 사업으로 키우고있는 정보통신분야도 아직 이렇다할 사업실적이 없는 가운데 지난해 부산.경남지역의 주파수공용통신 (TRS)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동방은 보수적인 사풍속에 무리를 하지않는 경영을 해왔다.

이때문에 내실은 있으나 경영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데에는 좀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동방그룹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는 매월 넷째주 화요일 서울 본사에서 열리는 그룹운영위원회. 金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동방.동방금속공업.동방T&C등 그룹의 주력사 사장 5명이 참석한다.

간사는 그룹 비서실장이 맡고 있다.

사장단회의도 있는데 역시 金회장이 주재한다.

계열사 전체 사장이 참석하며 매월 2차례 열린다.

사장단 회의에서는 운영위원회등에서 결정된 그룹의 주요 현안에 대한 그룹사간 협조.지원사항및 경영실적등이 주로 논의된다.

동방 T&C의 전효일 (全孝一) 사장은 수협중앙회 출신으로 기획력과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金회장이 ㈜동방을 설립하던 81년에 영입돼 오늘의 동방그룹을 일궈낸 공신이다.

㈜동방의 기획이사와 그룹종합기조실장.비서실장을 거쳐 올 5월에 새로 출범한 동방 T&C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국제방직 인수.동방금속 창립.그룹체제로의 전환및 해외진출등에 큰 역할을 했다.

㈜동방의 김한수 (金漢守) 사장은 30년간 물류업계에만 몸담아왔다.

대한통운에서 주요 일선 지점장을 거쳐 국제영업본부장 (전무) 을 지냈다.

95년 ㈜동방 부사장으로 영입된후 1년반만에 사장으로 발탁됐다.

쉽게 뒤로 물러서지 않는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이다.

2001년 40대그룹 목표 지난 3월 동방금속공업의 대표이사에 취임한 장문현 (張文鉉) 사장은 엔지니어출신으로 포항제철에서 잔뼈가 굵었다.

포철 부소장.전무이사를 거쳐 포철 자회사인 포스콘.포스데이터 사장을 역임했다.

張사장은 '인화단결' 을 강조한다.

金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녀 희정 (熙靜.31) 씨와 차녀 유경 (裕暻.27) 씨는 출가했다.

외아들 형곤 (亨坤.30) 씨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자녀들의 경영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된바 없다는 것이 그룹측의 설명이다.

金회장은 평소 "자식이라도 능력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업을 물려줄 생각이 없다" 고 말해왔다.

동방그룹은 2001년 40대그룹 진입을 목표로 유통과 정보통신.종합레저분야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나갈 계획이다.

동방그룹이 기존 운송.물류사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이같은 신사업 부문에서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권하 기자 <다음은 종근당그룹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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