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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태국 호텔 참사 남의일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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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태국의 한 호텔에서 일어난 화재로 우리나라 관광객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70년대 대연각화재의 참담한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사고다.

우리는 이제 이런 종류의 재난에 대비하는 방재 (防災)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워진다.

모두들 사고가 났을 때는 반짝하고 관심을 갖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전에 대해 무관심하다.

지하에 위치한 극장이나 교회에 들어가면서 비상구를 눈여겨 보는 사람, 만원인 극장이나 백화점에서 불이 났을 때 어디로 나갈 수 있을까를 염려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신경과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이런 염려가 바로 방재의 출발점이다.

정부는 각종 사고를 겪으면서 다양한 방재대책을 세워 왔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건축물이나 도시구조에 대응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 대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초고층건물이 늘어나고 지하공간개발이 다양해지는 등 건축과 도시구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반면, 방재관련법규는 이런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설계자나 시공자들에게 비현실적이라고 불신당하고 있으며 설계상의 제약요인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경향이다.

특히 건물의 초고층화는 사무실 뿐 아니라 아파트 등 주거공간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이런 주거용건물들에 대한 방재대책은 소홀하기 짝이 없다.

또 지하공간의 적극적인 개발에 따라 단순한 지하층이 아닌 여러개의 건물과 지하철.지하보도 등이 연결된 거대한 지하타운이 형성되고 있으며, 극장.교회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들이 지하공간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지하공간은 그 폐쇄성으로 인해 재해에 특히 취약하지만 비상시 대피계획 하나 제대로 세워진 곳을 찾기 어렵다.

한편 기능이 복합적이고 첨단장비가 많은 건물일수록 재해에 취약해 일부기능만 손상을 입어도 피해가 크고, 건물 전체 또는 도시 일부를 마비시키는 상황을 초래한다.

따라서 건물의 작동을 대부분 기계에 의존하는 인텔리전트빌딩등은 재해시 과거의 단순한 건물보다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으나 방재대책은 과거의 일반적인 건물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획일적인 법규적용에 따라 요식절차로 만들어두는 방재대책이 아니라 비상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방재성능을 평가하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재대책의 마련이 시급하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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