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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엿보기>5. '볼일' 엿보기를 마치며 (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서양인들은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밑을

닦은 화장지를 쓰레기통 속에 애지중지 모아두는 장면에 한번 놀라고, 두루마리 화장지를

사무실이나 식당에서 버젓이 내놓고 나눠쓰는 그림에 또 놀란다.

그러나 이만한 일에 기죽을 필요는 없다.

지구가족의 3분의 2는 아직도 신문지

쪼가리조차 사용하지 않은 채 태연히 마침표를 찍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림잡아 30억의 지구가족은 도대체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알려진 대로 손가락과 물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화장실에는 물항아리가 준비되어 있으며, 더러는 휴대용 깡통을 들고 나닌다.

물론 밑 닦는 왼손은 오른손잡이.왼손잡이 할 것 없이 천하의 부정한 손으로 통한다.

그런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사막지대에서는 한움큼의 모래를, 이집트등지에서는 돌이나 흙판을 이용한다.

또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옥수수 수염과 속대를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면적이 넓은 떡갈나무나 무화과나무 잎사귀를 애용했고 더러는 볏짚이나 새끼줄을 쓰기도 했다.

심지어 아이들 똥 처리와 뒷마무리를 똥개에게 전담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뒷간 천장에 밧줄을 서너개 걸어두고 돌아가며 밑씻개로 썼다.

물론 새끼줄은 똥통에 빠지는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손잡이로도 쓰였다.

아프리카에서는 강물의 상류와 하류에 두개의 말뚝을 박고 외밧줄을 걸었다.

그리고 용변을 본 후 배출구를 강물에 잠기게 하고 하류쪽에서 상류쪽으로 어기적어기적 몇발짝 옮기는 것으로 끝맺음을 했다.

튀는 광고로 한몫 보는 베네통에서 근사한 그림이 박힌 예술 화장지를 개발했다고 해서 화제다.

그런가 하면 독일과 미국에서는 만화 화장지가, 이탈리아에서는 누드가 새겨진 화장지가, 오스트리아에서는 악보 화장지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잇따른다. 이 지경이면 우리나라에서 수능 화장지나 과외 화장지가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

세계 최초로 종이를 밑 닦는 용도로 사용한 것은 중국인이다.

종이 발명자가 중국의 채륜 (서기 105년) 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마땅하고 합당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화장지를 뒷마무리 용도로 상업화한 인물은 스콧 형제, 즉 에드워드 스콧과 클래런스 스콧으로 19세기 말엽의 일이다.

이후 1백여년만에 예술 화장지의 시대를 열고 있는 셈이다.

일본인이 하루에 쓰는 화장지의 길이는 지구를 열 바퀴를 감고도 남는다고 한다.

같은 섬나라인 영국의 화장지 사용량은 독일의 두배라는 통계도 있다.

또 일본 여성들의 화장지 사용량은 하루 12.5m로 남성들의 네배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화장지 원료인 펄프는 어차피 유한할 터. 그렇다면 언젠가 인류는 미증유의 화장지 부족사태를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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