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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영국에 온 新羅금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영국 런던의 유서깊은 블룸즈버리에 위치한 대영박물관은 영국의 자존심이다.

연간 7백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입장료가 없다는 것도 한 이유지만 그보다 인류의 자랑스런 유산인 소장품을 보고자 하는 관람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영박물관은 전시실이 90개나 되며,

이를 길이로 따지면 4㎞에 달한다.

총 6백50만점에 달하는 소장품엔 나폴레옹이 이집트에서 가져온 로제타석,고대 이집트 미라와 석상들,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 있던'엘진 마블',그리고 영국 민주주의 기원인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등 진기한

보물들이 가득하다.

대영박물관은 1753년 설립됐다.

영국 정부는 한스 슬론경(卿)이 생전에

갖고 있던 소장품들을 일괄 구입,박물관을 세웠다.대영박물관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1759년부터다.처음엔 몬태규 백작의 저택을 사용했으나 그후 장소가 협소해지자 1823년 저택을 헐고 신고전양식의 현 건물을 짓기 시작해 30년만인 1852년 완공을 봤다.

대영박물관은 중국.인도.일본 등 동양 유물에 있어서도 독보적인데,이들 나라들은 대규모 독립전시실을 가지고 있어 국세(國勢)를 자랑한다.안타깝게도 한국은 그동안 동양관 한쪽 구석에 유물 몇점이 전시돼 있을 뿐이었다.대영박물관에 독립된 전시실을 갖는 것은 우리의 오랜 꿈이었다.

우리 정부는 대영박물관 부속도서관이 영국도서관으로 통합.이전하면서 생긴 공간 일부를 올해부터 한국전시실로 꾸미는 조건으로 지난 92년부터 지난해까지 1백20만파운드를 지원했다.그러나 영국도서관 건물 완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한국전시실 개장도 오는 2000년으로 연기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대영박물관측은 임시전시실 설치를 제안,앞으로 3년간 사용할 임시전시실을 준비했다.이 기간동안 필요한 예산은 삼성그룹이 한국문화 홍보차원에서 전액 부담한다.

11일 개장된 대영박물관 한국전시실에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신라금관이다.

국보 제87호인 이 금관은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전시실 개장기념으로 대여,앞으로 6개월동안 전시된다.

영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대영박물관에서 신라금관을 만나는 기분은'감격'이란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런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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