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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폭행 중학생 경찰관 아버지 교사 3명 고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13바늘을 꿰맨 깊은 상처.두부열창과 안면찰과상으로 최소 6주는 치료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경기도광명시 A중학교 李모(26)교사의 상처는 그러나 머리가 아닌 가슴 깊은 곳에 있다.

학교 앞에서 무단이탈한 중3 학생을 꾸짖다 오히려 폭행당했던 李교사(본지 7월4일자 23면 보도)는 며칠전 경찰서로부터 출두통보를 받았다.신문 보도후 경찰간부인 구속된 학생의 아버지(44)가 李교사를 오히려 폭행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학생과 몸싸움을 벌이다 어깨를 잡고 정강이를 한번 차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는 내용이다.李교사는 아무리 못된 학생이라도 처벌은 면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담당의사에게 사정,진단서를 전치 2주로 낮춰 뗐었다며 씁쓸해 했다.

학부모가 고소한 사람은 李교사뿐만이 아니었다.폭행후 李군을 교무실로 불러 꾸짖었던 金모교사는“교무실에서 李군을 꾸짖으며 뺨등을 때렸다”는 이유로 고소됐다.또 학생주임 교사는 기자에게 개인기록을 보게 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당했다.주임교사는 물론 李군의 개인기록을 보도진에 보여준 적이 없다.李군은 학교에서 워낙'유명인물'이었기 때문에 기록을 굳이 보지 않더라도 교사와 학생들에게 묻는 것만으로 취재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지방 국립대 사대를 졸업한 李교사는 바늘구멍으로 표현되는 임용고사에 합격,올 3월 이 중학교 체육교사로 발령받았다.

李군과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지난 4월말.복도에서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는 한 학생을 꾸짖는데 대장격인 李군이“그런 일로 참견하느냐”며 끼어들었다.李교사는 다른 학생들의 눈길을 의식,운동장 사열대밑 체육교재실로 李군을 데려가 훈계했다.

이때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철제 지휘봉으로 자기 손바닥을 쳤는데 이 상황이 이번 고소장에'李교사가 체육교재실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李군을 위협했다'로 돼있더라며 어이없어 했다.

교직생활 4개월만에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생긴 뒤에도 李교사는 철없는 중학생의 행위보다 학교에서 잘못 가르친 적은 없는지를 먼저 반성했다.李군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고나선 혹시라도 처벌이 가벼워질까싶어 상처난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에 출근하기도 했다.그러나 고소장을 받아든 李교사의 심경은 착잡하다못해 참담하기만 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며 흥분하는 동료교사들의 시선을 피하며 李교사는 끝내 참아왔던 한마디를 나직이 속삭였다.

“천직이라 믿고 교직을 택한 것이 정말 후회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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