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 기자의 환경 이야기] 지구온난화 늦추기, 아이디어보다 실천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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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구온난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2008~2012년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5.2% 줄이기로 돼 있습니다.

또 2013년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지지부진합니다.

과학자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여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정공법보다는 효과를 빨리 거둘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불편 없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것이 대기권 상층부에 황 입자를 뿌리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실제로 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방출된 황 입자가 햇빛 차단 효과를 일으켜 지구 평균기온이 0.6도가량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남극 상공 오존 구멍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우주 공간에 거대한 거울이나 렌즈를 설치해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을 줄이자는 것도 있습니다. 지붕을 하얗게 칠해 태양광선을 반사시키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산화탄소(CO₂) 흡수력이 뛰어난 특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나무를 사막에 심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흡수된 CO₂는 고압으로 압축해 지하에 매립한다는 것이죠.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철분이나 질소비료를 뿌려 식물플랑크톤을 대량 번식시키자는 것은 비교적 오래된 아이디어입니다. 광합성을 하면서 CO₂를 흡수한 식물플랑크톤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 대기 중의 CO₂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는 거죠. 물론 식물플랑크톤이 번식한 뒤 썩을 때 바닷속의 산소가 없어져 생태계에 해를 끼칠 가능성은 있습니다.

시간과 비용, 실현 가능성을 따져 정말 타당성이 있는 아이디어라면 도입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파르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 대한 걱정도 없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서로 미루기만 하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마저 지연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거죠. CO₂를 줄여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편법을 찾다가 시간만 낭비할지도 모르니까요.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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