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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 제한은 시장 원리 위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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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10일 정부 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주식백지신탁과 관련해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제도를 두고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 여부다. 법안에 따르면 주식 백지신탁 제도의 대상자는 재산공개 대상이 되는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모두다.

대상자 중 가업을 이어받는 등 기업의 지분을 많이 소유한 공직자는 재산 증식을 위한 투자 수단으로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경영권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헌법 제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갑배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주식이 직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제한해야 하지만 이번 제도처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면서 "직무와 관련되지 않은 기업의 주식 보유는 공직자의 직업윤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공직자 취임시 주식을 신탁하되 재임 기간 중 주식을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주식을 처분할 경우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국회의원의 경우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이익과 관련 있는 상임위 배정을 금지하거나 관련 의안에 대한 표결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지신탁 제도가 기업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 부의장은 "제도 도입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회사와 국회의원 중에서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방송통신대 윤태범(행정학)교수는 "이 제도의 기본 취지는 권력을 이용해 재산을 불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백지신탁을 하기 싫으면 공직에 취임하지 않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국회의원.지방의회 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현재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법 적용 대상에서 뺀 것을 두고 형평성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이 제도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면서 "소급 적용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정작 법을 통과시켜야 할 17대 국회의원들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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