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매니어> 권문용 강남구청장, PC민원 일일이 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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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컴퓨터는 초보,그러나 구정(區政)정보화는 프로' 민선 구청장으로서 서울시 구청중 가장 정보화에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강남구 권문용(權文勇.54)구청장의 일과는 컴퓨터로 시작해 컴퓨터로 끝난다.

權청장은 아침 출근과함께 PC통신 하이텔.천리안에 개설된'강남구 신문고'에 들어가 밤새 구민들이 보내온 각종 민원들을 꼼꼼하게 훑어본다.초등학생들부터 30대주부까지 주민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간혹 청탁성(?)주문을 하기도 한다.빽빽한 하루일과가 끝날 무렵이면 權청장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다.

“컴퓨터를 모르는 공무원들은 이제 설 땅을 잃게 될 것입니다.민원인들이 구청에 나와서 기다리게 하는'늑장 행정'은 옛날얘기죠.웬만한건 다 컴퓨터로 서비스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權청장이 컴퓨터에 입문한 것은 80년대초 서울시 투자관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서울 지하철의 경영을 합리화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요금과 예산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주는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면서부터다.당시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덕분에 그해 공무원 컴퓨터경진대회에서 이 프로그램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權청장이 지난 95년 취임이후 강남구의 행정은 눈에 띠게 달라졌다.구청내 전산망이 깔려 직원들은 전자우편을 주고 받고 있으며 올해말께면 전자결재시스템도 활용할 계획이다.또 각종 행정서류를 발급해주는 강남구내 무인자동발매기들과 동사무소가 행정정보센터로서 자리잡게 할 계획이다.

“바쁜 공무원생활로 잠시 컴퓨터를 멀리하는 동안 컴퓨터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해버렸다”고 말하는 權청장은 뒤떨어진 컴퓨터실력을 만회하기 위해 오늘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형교 기자

<사진설명>

권문용 구청장이 PC통신 하이텔.천리안의 강남구 신문고에 게재된 주민들의 의견과 민원사항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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