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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UP&DOWN] 2월 1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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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절대 강자(‘과속 스캔들’ ‘적벽대전’)의 기세가 수그러든 자리에 새로 개봉하는 외화와 국산의 1위 다툼이 치열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선 윌 스미스가 주연한 휴먼 드라마 ‘세븐 파운즈’가 가까스로 1위를 꿰찼지만, ‘마린 보이’(사진) 역시 여러 사이트에서 1위를 석권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다. 대역 없이 수중 장면을 연기한 김강우와 ‘팜므 파탈’로 변신한 박시연이 매끈한 바디 라인으로 수중 액션에 볼거리를 더했다. 카리스마 연기파 조재현과 연극배우 출신 엄효섭 등이 자칫 평면화되기 쉬운 내러티브에 이완을 가했다. 독립영화로는 처음 관객 10만을 돌파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도 입소문을 타며 갈수록 예매순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번주 예매순위 (영화진흥위원회)

1. 세븐 파운즈
2. 마린보이
3.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
4. 키친
5. 워낭소리

이번주 개봉작

마린보이
감독: 윤종석 출연: 김강우· 박시연

몸 속에 마약을 숨겨 바다를 건너는 운반책 마린보이를 소재로 한 스릴러. 단선적인 플롯과 전형적인 캐릭터가 ‘만만하거나 혹은 밋밋하거나’.

낮술
감독: 노영석 출연: 송삼동·이란희·김강희

본의 아니게 홀로 강원도 여행을 하게 된 실연남의 좌충우돌 로드무비. 노영석 감독이 1인7역을 감수하며 연애·술·영화·여행의 아우라를 뒤쫓는 ‘키치 세대’를 포복절도하게 포착했다.

타이드랜드
감독: 테리 길리엄 출연: 조델 퍼랜드·자넷 맥티어

11세 소녀 질라이자 로즈가 ‘검은 옷의 마녀’와 그 동생을 만나며 겪는 신비로운 모험담.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로 꼽히는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실험 정신과 영상미를 확인할 수 있다.

키친
감독: 홍지영 출연: 신민아·주지훈·김태우

한 지붕 아래 한 여자와 두 남자라면 ‘아내가 결혼했다’인데, 이를 상큼발랄 판타지로 요리했다. 어여쁜 배우들의 삼각 러브스토리가 오감을 즐겁게 하는 영상과 음악 위에 차려진다.



이번주 추천작

마지막 30분 … 퍼즐을 맞춰라

세븐 파운즈
감독: 가브리엘 무치노
출연: 윌 스미스·로자리오 도슨


“자살 기도가 있었다”는 벤 토마스(윌 스미스)의 첫 마디에서 불미스러운 비극을 짐작하지 못한다면, 앞 못 보는 전화상담원에게 윽박지르고 제풀에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어긋난 미스터리에 빨려 들지 못한다면, 병약한 노인과 심장병 처녀, 학대 받는 여인 주변을 서성대며 손을 뻗는 모습에서 탈속을 꾀하는 구도자를 연상하지 못한다면, 123분의 러닝 타임 중 절반 이상 지루해할지 모른다. 믿을 것은 웃다가 우는 듯한 윌 스미스의 기이한 표정뿐. 마지막 30분을 남기고 맞춰지는 퍼즐 속에 ‘세븐 파운즈’의 의미에 공감한다면, 선택은 무리가 없을 것이다.

‘행복을 찾아서’의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과 다시 손 잡은 이 작품에서 윌 스미스는 ‘천의 얼굴’에 걸맞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비인간성의 은유로 쓰였던 1파운드의 살덩이는 이 영화에서 도덕적 채무감과 고귀한 인간성의 상징으로 되살아온다. 속죄의 방법론은 충분히 충격적이지만, 공감을 자아내기엔 극단적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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