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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수선점이 잘 나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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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 캐리. “방세 낼 돈은 없어도 구두 살 돈은 있다”는 그는 100만원대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거리낌 없이 사는 ‘슈-홀릭(Shoe-holic)’이다. 그러나 경기침체 탓에 이젠 캐리도 구두 쇼핑을 그만두고 앞으론 신던 구두를 수선해 신고 다녀야 할 모양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3일 지난해 터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요 도시에서 구두수선점들이 예상치 못한 호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3대째 구두수선점을 운영하고 있는 짐 맥파랜드에게는 요즘 일주일에 평균 275켤레의 수선 주문이 들어온다. 예전에 비해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는 “지난 25년간 이렇게 장사가 잘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 수선점도 마찬가지다. WSJ에 따르면 이 지역 구두 수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씩 늘고 있다.

예전에 좀처럼 구두수선점을 찾지 않던 젊은 부유층 여성들까지도 단골이 되고 있다. 제시카 모게리(24)는 “예전엔 동네에 구두수선점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이젠 이런 가게가 있는 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내의 프라다 구두를 들고 수선점을 찾은 한 보험사 사장도 “500달러 주고 새 구두를 사는 것보다 40달러 주고 고쳐 신는 게 훨씬 낫다”며 수선을 맡겼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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